"선물 받은 시계 차고 국회 활보…정치자금법 위반일까"
박기춘 의원 "정치자금법상 금품 해당 안돼"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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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정치인이 선물로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았다면 정치활동에 쓰였다고 봐야할까. 이 문제를 놓고 법조계가 뜨겁다. 정치자금법 제3조 1항은 정치자금을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등 정치활동을 위해 정치인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과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명품 시계와 안마의자를 환가성이 강한 정치자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치 활동에 실질적으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충돌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박 의원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문제가 또다시 거론됐다. 박 의원 측 변호인은 정치자금법 위반의 상당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명품 시계와 안마의자가 정치자금법상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차 주장했다.
검찰 측은 "정치인에게 주는 모든 금품은 정치 활동하는 데 쓰라고 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안마의자와 시계를 모두 정치 활동에 활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쟁점은 정치자금법 해석의 정도다. 실용적이거나 소모적인 물건도 폭넓게 보면 모두 정치활동에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이 받는 대부분의 물건이 잠정적 정치 활동에 쓰인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좁게 해석하면 실제 정치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만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 안마의자와 명품시계가 정치 활동에 실질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박 의원 측의 주장도 이 맥락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이재교 변호사는 "(안마의자와 시계가) 직접 정치 자금에 쓰인 게 아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에 포함시키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 "물품의 환가성 정도를 고려해 법원이 성격을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자금법위반을 넘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찬종(법무법인 이도) 변호사는 "시계, 안마 의자 등은 환가가 가능해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사실 관계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언론 보도를 전제로) 국토교통위원장이었던 박 의원이 건설업자에게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았다고 보면 뇌물죄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품이 당장 (특혜 등) 무언가에 쓰이지 않아도 언젠가 쓸 가능성이 정황상 있다면 포괄적 뇌물죄로 봐야 한다"고 사견을 밝혔다.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씨에게서 현금 2억7000만원과 명품 시계 2점, 안마의자 등 총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4일 구속기소됐다. 이를 무마하려고 경기도의원 출신 정모(50·구속기소)씨를 시켜 그동안 받은 금품을 김씨에게 돌려준 혐의(증거은닉·교사)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