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곳곳 신경전…대인교과서 마련은 어려울 듯
'부교재' 집필 마련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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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국정 교과서에 반발해 대안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예산 등 한계에 부딪쳐 현실화까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설상가상 외부적으로는 교육부와 법적 다툼을, 내부적으로는 진보·보수 교육감간 갈등이 잠재해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이 상당할 전망이다.
14일 전국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일선 교육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간급 안건으로 오는 15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를 열어 국정 전환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협의회 회장을 맡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필두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등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교육감들이 참석해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정 전환에 찬성 입장인 울산·대구·경북 교육감과 입장차가 좁혀질 지는 미지수다.
◆교육부-교육청, 대안 교과서 놓고 "법적 조치 검토" 신경전
교육부와 교육청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진보 교육감들의 대안교과서 개발 논의 움직임에 교육부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라 국정교과서가 도입될 경우 교과서라는 이름의 또다른 책은 학교 현장에 배포할 수 없게 된다. 교육감들이 보조 교재, 참고 자료 등의 대안 교과서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다.
보조 교재를 만들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마뜩찮게 여기는 교육부가 교과서와 보조 교재 사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교육부는 "보충교재도 교육기본법의 정치적 중립 규정에 맞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상태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교육을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잠재적 법정 공방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14대 3 교육감간 이념 차이…'부교재' 집필 마련도 난항
내부적으로는 교육감간 이념 전쟁이 불가피하다. 17개 시도교육감 중 국정 교과서에 찬성입장인 울산·대구·경북 교육감은 "교육 중립 차원에서 균형 잡힌 한 권의 국정화 교과서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진보 성향인 장 교육감 등 14곳의 교육감은 "관련 선택 과목을 개설해 인정 도서를 만들고 전국의 다른 교육감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사이의 견해차가 커 일치된 의견을 보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 대체적인 관측이다.
진보, 보수 교육감간 의견을 조율해 대안 교과서 개발에 합의하더라도 1년 안에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교육계 안밖의 분석이다. 국정교과서는 2017년 3월부터 교실 현장에 투입된다. 늦어도 2016년 말까지는 대안 교과서가 완성돼야 국정교과서의 부교재 내지 참고자료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로선 교육감간 의견 일치부터 연구·집필진 구성과 예산 마련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첩첩산중이다.
대안교과서가 개발돼 교실에 투입된다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관점이 엇갈리거나 상반되는 내용을 접하면서 학생들이 적지않은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념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편 정부도 난제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협업해야 할 교육감들이 대안교과서 개발로 법적 갈등 조짐을 보이는데다 역사학계가 집단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균형 있는 집필진으로 한 '올바른 교과서' 개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은 젊은 학자부터 명망있는 명예교수까지 노장청을 아우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처럼 학자들의 불참 선언이 계속될 경우 함량 미달이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집필진이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