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영화 '숨바꼭질'과 '악의 연대기', 그리고 '더 폰'(감독 김봉주)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평범한 삶을 살던 가장이 주인공이라는 점, 이들이 뜻하지 않은 위기에 처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스릴러로 풀어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하나, 바로 배우 손현주(50)가 이 세 영화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손현주표 스릴러 3부작'이다.
물론 이는 손현주의 의도는 아니었다. "'더 폰'까지 마친 뒤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진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그의 고백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손현주가 계속해서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가 선호하는 캐릭터와 연기가 이 작품들에 잘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스릴러가 아니에요. 다만 아주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탈출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해리슨 포드나 브루스 윌리스를 보면 5분 안에라도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주인공은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작품에 임해요. 그리고 쉽게 깨지지 않는 벽이나 바위 같은 것을 대신 깨줄 수 있는 느낌의 작품에 끌리는 것 같아요."
더불어 손현주의 마음을 끄는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참신함이다. 오랜만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숨바꼭질'을 선택했던 것도 자신의 집에 누군가가 숨어 산다는 독특한 설정 때문이었다. '더 폰'도 비슷한 이유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영화는 태양 폭발로 인한 통신 장애로 1년 전 죽은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는 설정을 다룬다. 다른 영화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선함이다.
독특한 설정인 만큼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는 힘든 점이 많았다. '더 폰'에서만 가능한 설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과거가 변함에 따라 현재도 같이 변한다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도 중점을 둬야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죽은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는 부분까지만 읽고 책을 덮었어요. 그 뒤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됐죠. 그래서 김봉주 감독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김 감독이 말한 게 '영화를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관객이 믿어준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조금 더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요."
긴박한 액션도 '더 폰'만의 매력 중 하나다. 손현주는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는 액션이 많은가 싶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액션이 상당히 많았다"고 털어놨다. 청계천 연등행사를 무대로 한 자전거 추격전은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공들여 찍은 티가 나는 '더 폰'의 백미다.
"촬영 며칠 전 김봉주 감독이 물어보더라고요. 자전거를 탈 수 있냐고요. 그때 못 탄다고 할 걸 그랬나봐요(웃음). 청계천부터 을지로, 광교, 모전교, 무교동 등 도심 한 가운데에서 촬영한 건 참 오랜만이었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손현주에게 영화처럼 1년 전의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갈 길도 먼데 크게 되돌리고 싶은 과거는 없다"며 웃었다. 그 말처럼 손현주는 배우로서의 다음 행보를 생각한다.
"제가 노숙자부터 대통령까지 다 연기해봤는데요. 그렇다고 화려한 생활을 한 게 아니라 늘 무언가에 쫓기는 역할을 연기했어요. 그게 제 팔자인가봐요(웃음). 예전부터 코미디를 좋아했어요. 드라마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편안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아니면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다만 스릴러는 한 템포 쉬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대중 곁에 있는 배우로 편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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