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조정석(34)은 지나간 20대를 되돌아보면 "'열정' '눈물'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우연찮게 시작한 연기의 길 위에서 그를 버티게 한 것은 "끝까지 해보자"는 강한 각오였다. 열정과 눈물은 뮤지컬 스타였던 그를 스크린 속 감초 조연에서 원톱 주연으로 이끌었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희열을 느끼는 그에게는 뿌듯함을 느낄 이유가 충분하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특종: 량첸살인기'(감독 노덕)는 조정석의 새로운 변신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특종인 줄 알았던 제보가 일생일대의 실수로 밝혀지면서 위기에 처하는 방송국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통해 진실과 거짓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정석은 사건의 중심에 선 주인공 허무혁을 연기했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러나 조정석을 사로잡은 것은 메시지가 아닌 이야기였다. "시나리오를 받고 이야기에 빠졌어요. 허무혁이 하는 행동들은 악수 중에서도 최악수잖아요. 그 선택이 더욱 큰 위기를 만들어내고요. 그런 상황이 만화책처럼 다가왔어요.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력이 재미있었죠." 성격이 명확한 캐릭터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보다 수월하게 만들었다.
배우에게 첫 원톱 주연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다.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정석은 '특종: 량첸살인기'를 촬영하는 동안 첫 원톱 주연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았다. "늘 하던 대로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촬영할 때는 부담감도 없었어요. 만약 부담이 있었다면 뛰어들지도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도전의 기회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도전을 선택한 거죠." 도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그는 최대한 상황에 몰입하며 연기에 임했다. 자신을 비우고 영화 속 허무혁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했다.
기자 역할을 맡았지만 전문가로서의 기자 캐릭터를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모두가 공감할 인물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뉴스 리포팅 하는 장면을 위해 9시 뉴스를 찾아보기는 했다. 그러나 기자의 생활까지 파고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정석은 영화를 보는 동안 "허무혁에게 다가오는 여러 상황이 만들어내는 밀도 있는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끼고 공감하는 것"을 바란다.
알려진 대로 조정석은 처음부터 연기를 꿈꾸지 않았다. 10대 시절에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부단히 연습했다. 그러나 연기가 자신의 적성과 잘 맞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배우가 됐다. 힘든 시기도 없지 않았다. 넘치는 열정만큼 자신의 연기가 따라주지 않을 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한 번뿐인 인생 기회가 오면 끝까지 도전한다"는 타고난 성격 덕택이었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특종: 량첸살인기'의 허무혁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 조정석이 지금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바로 "잘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성장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만큼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특종: 량첸살인기'의 개봉을 준비 중인 그는 다음 작품으로 '형'(가제)을 선택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