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비방 파면 위법" 판결 나온 날…대신증권, 노조위원장 해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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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대신증권이 사측의 구조조정 행태를 비판한 노조위원장의 해고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에서 "사측을 비판했다고 해고하는 것은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날 "상지대 이사장을 비판한 교수의 파면조치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놔 사측에 대한 비판을 어디까지 허용할 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는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감사실에서 요구한 이남현 노조위원장의 면직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의 면직 요구 이유는 '인터넷 카페를 통한 사내질서 문란', '허위사실 유포', '회사 명예훼손' 등이다.
이 위원장이 해고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대신증권이 2012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 의뢰해 만든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프로그램과 무관치 않다. '노조 파괴' 논란이 거셌던 창조컨설팅은 부당노동행위를 지도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말 고용노동부에 의해 설립인가가 취소됐다.
이 프로그램은 업무 저성과자를 선정한 후 교육 등을 통해서도 성과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담역 배치, 대기발령, 명령휴직 등으로 자연퇴직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증권은 "직원 성과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임에도, 직원의 강제 퇴출을 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인 것처럼 노조위원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2년 5월부터 2013년 말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 65명 중 23명이 퇴직 수순을 밟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영업점 수를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일어난데다 희망퇴직이 아닌 자연퇴직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3개월치 기본급만을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됐다. 통상 금융권에서 희망퇴직자에게 24∼36개월 어치의 명퇴금을 주는 것과 다른 수순이었다.
노조가 없던 대신증권에 노조가 세워진 것도 이 같은 구조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바탕이 됐다. 2014년 1월 대신증권 노조가 설립된 후 사측은 전략적 성과관리 대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최대 24개월의 명퇴금을 받을 수 있었다. 노조의 도움으로 명퇴금을 받게 된 퇴직자들은 노조에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지난해 이 위원장이 사측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특별감사를 벌여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에도 이 위원장의 사측 비판이 계속되자 올해 다시 감사를 해 결국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노조 설립 후 나흘만에 세워진 제2노조 조합원들에게만 성과 격려금 등을 지급해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상지대 이사장을 비판한 교수의 파면 조치 소송에서 "정씨(교수)가 언론 기고 및 인터뷰를 통해 한 (비방) 발언은 그 내용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진실에 부합하고 일부 사실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부적으로 법리적 검토가 수반돼야하지만 이 위원장의 해임 논란이 법정으로 갈 경우 위법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대목이다.
대신증권 측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노조위원장에 대한 징계 후 사측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계속 거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추가 징계를 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파업을 하거나 점거농성을 벌인 것도 아닌데 단지 회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해고한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강력한 투쟁으로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