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김정배의 인연…고구려史 서술 확대 시사
권희영 교수 "아웅산 테러·육영수 피살 교과서에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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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국정 역사교과서가 하반기 정국을 휩쓴 가운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구려사 쪽에 집필진 몇 명이 더 필요하다"며 고구려사 서술 확대를 시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황 부총리는 20일 서울 중구의 한 한식집에서 대학 총장 등 20명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국사편찬위원회가 고구려사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가 고구려사에 관심을 두는 배경에는 김정배 편찬위 위원장과의 인연이 있다. 황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던 2004년 당시 정부가 고구려연구재단을 만드는 과정에 상당 부분 기여했는데 그와 함께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김 위원장이다. 고구려사를 전공한 김 위원장은 이 재단의 설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2006년에는 '고구려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책도 발간했다.
교과서 개발에 주체인 교육부와 집필 주체인 편찬위 수장의 이 같은 인연과 이력을 감안하면 교과서 집필시 고구려사에 더 관심을 보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가 '2015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고대사 부분 비중을 늘리고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고구려사 서술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란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우리 역사의 형성과 고대 국가 발전'에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 서술이 대단원에 포함돼있지만 새 교육과정에는 '고대 국가의 발전'이라는 별도의 단원이 실린다. 이미 교육부는 단일 교과서에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서술을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아울러 2017년 나오게 될 역사교과서에 아웅산 테러와 육영수 여사 피살 등을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테러와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교과서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웅산테러는 1983년 10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북한의 폭탄 테러로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을 말한다.
권 교수는 "그들(교학사를 제외한 교과서 집필진)은 이런 사건은 숨기는 것이 좋겠다고 보고 일부러 누락시킨 일종의 '침묵의 공모'를 한 것 같다"며 "향후 국정 교과서에서는 아웅산테러 사건이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권 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 저자 중 한 명이다.
특히 권 교수는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과 관련, "영부인이 적국의 사주를 받아 살해된 엄청난 사건인데도 누락됐다. 하나같이 고의로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교과서에 이 같은 내용을 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으로 사학계의 집필거부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적 가치에 반(反)하는 계급투쟁적인 민중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집필을 거부한다면 이는 오히려 바라던 일"이라며 "민중사관에 입각한 자들은 교과서를 집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