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문호 기자]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 전제 조건으로 회사의 고강도 자구계획과 이에 대한 노사의 희생과 동의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금융권의 자금 수혈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지원하기에 앞서 자구계획 강화와 그 이행에 대한 노조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4조원 안팎의 금융지원을 담은 정상화 지원계획의 시행을 자구계획 마련과 노조 동의서 제출 때까지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선 자구계획 및 노사 동의, 후 정상화 지원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방침은 이날 '서별관회의'로 불리는 경제금융대책회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서별관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경제수석은 물론 안건 관련 기관장이 참석한다.
관계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계획은 일단 보류됐다"며 "강력한 자구계획이 없으면 지원하더라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원에 앞서 보다 면밀한 자구계획과 노조의 동의서부터 먼저 받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입장은 산업은행을 통해 곧 대우조선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구계획을 내놓았지만 그보다 강화되고 면밀한 계획이 정상화 지원 착수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며 임금 동결 등 인건비 절감을 포함한 자구계획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올해 2·4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며 부실을 드러내자 자본확충을 포함한 지원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해 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두고 '분식회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대 여신공여기관인 수출입은행이 각각 지난 7월과 9월부터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여 왔고, 이 과정에서 1조원대의 추가 부실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이미 채권은행의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을 포함해 4조원 안팎의 정상화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회사도 자구 노력을 강구해 왔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 이후 임원 수를 55명에서 42명으로 줄인 데 이어 최근에는 근속 20년 이상인 부장급 이상 300~400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달 초부터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자산도 팔고 있다. 골프장(써니포인트컨트리클럽) 매각 작업은 마무리 단계이고 화인베스틸, 대우정보시스템 등 보유 주식 정리를 추진 중이다.
서울 당산동 사옥은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며, 청계천 본사 건물은 매각하되 재임대해서 쓸 예정이다.
아울러 마곡산업단지 내 연구개발센터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용지 대금으로 낸 2000억원을 돌려받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할 계획이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악재와 부실 경영 등으로 올해 약 5조3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