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여론 수렴 없는 마이웨이(My way)가 재현된 탓이다. 발단은 지난 12일 교육부가 중·고등학교 역사·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고시하면서 시작됐다. 내달 2일 고시가 확정돼야 최종 결정이 나는 것이지만 집필은 일사천리다.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3년 정부는 '2015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국정 전환을 예고했다. 당시는 현행 검인정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이 불거져 출판사들이 정부의 명령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예고에 불과했다. 교과서 수정 명령이 국정 전환을 위한 정부의 밑작업이라는 일각의 얘기가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당시 여론수렴을 거치려고 했다.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는 국정 전환에 대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공론화해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 자연스럽게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청회 또한 없었다. 사학계를 중심으로 집필 거부가 이어지는 까닭이다.
게다가 정부는 범야당의 반대 기류가 거세지자 지난 13일 교과서 집필에 필요한 예산을 비공개 의결, 국사편찬위에 내려 보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국정화 추진에 대해 일관되게 "올바른 역사 교육"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정화 반대를 외치는 이들 또한 동일한 이유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 추진을 위한 그럴듯한 포장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 "국민 각자가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나라"를 국정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목표가 유효하다면 '믿음 없이는 국가가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되새겨 봐야한다. 알고도 외면하면 위선이라 '위험'하고, 모르고 외면하면 무지해서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