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검찰이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의 신병처리를 놓고 3주째 고심하고 있다. 26일은 검찰이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지 3주째 되는 날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소환한 지난 5일 조사내용과는 별개로 "혐의 입증은 거의 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보강수사 여부를 묻는 말에도 "무한정 계속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조만간 신병처리 여부가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태껏 이 전 의원 처리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를 7개월 넘게 수사하면서 10명 넘는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직원의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그러나 정작 그룹 수뇌부 수사의 키를 쥔 핵심인물에 대해선 좀처럼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정동화(64) 전 부회장은 두 차례나 영장이 기각됐고 검찰이 그룹 비리를 수사할 '우회로'로 택한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영장도 지난 8월 기각됐다.
이 전 의원은 포스코 비리의 정점으로 꼽히는 만큼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동력이 크게 떨어질뿐만아니라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보강수사를 벌이기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지병으로 최근 10여일째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5일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에도 입원한 적이 있다. 검찰은 소환 조사 뒤 이런 건강악화를 예상이라도 한 듯 "돋보기를 끼고 조서를 꼼꼼히 읽는 등 조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친형이자 팔순 노인을 출소 2년여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하는 게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이미 소환 전부터 나왔다.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년2개월 수감생활을 하고 2013년 9월9월 만기출소했다.
신병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달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오는 28일 열리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로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포스코 수사를 총지휘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포스코 수사의 '화룡점정' 격인 이 전 의원 신병처리가 차기 총장 인선 절차와 맞물릴 경우 예상치 못한 잡음도 우려된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이 전 의원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결정된 게 없다"고만 반복하던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대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임기를 한달 여 앞두고 김진태 검찰총장이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