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양극 분열 프레임이다. 놀라운 창조경제의 혁신을 보여준 정부가 이번에는 유례없는 '타임머신' 개발에 도전한다.
특권층에 집중된 현재와 미래를 강화하는 것에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과거로 날아가 있었던 사실까지 조율해야 완전체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 게 분명하다.
비로소 기득권이 건국하고 계승해 발전시킨 역사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들만의 대한민국이 완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국민은 배경이다. 그들이 주인인 게 당연하다. 청년이나 노년이나 삶이 힘들다고 외치는데 눈을 감고 귀를 막은 현 정권은 파죽지세다.
학생들도 학자들도 이 길은 아니라고 규탄하는데 철권통치에서 회귀한 정권은 요지부동 마이웨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친일'과 '독재'가 어디 있냐는 논리다. 그러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 '종북'과 '좌파'는 남겨뒀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역사 왜곡이나 미화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선 공약을 뒤집고 새로운 행보를 펼친 전례가 수차례다. 여당 한 인사의 언행 역시 정부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부친의 친일 행적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어느새 묵인이나 부인을 넘어 비밀로 독립자금을 댄 애국지사로까지 변모시했다.
근현대사를 경험한 국민이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는 지금도 이같은 작업을 치밀하게 준행하고 있는 이들이다.
과연 과거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선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두 달 뒤면 2016년이다.
부친의 과오를 지우고 공과를 포장하려는 효녀와 효자로 인해, 국민이 아닌 특권층을 주인으로 만드는 데 골몰하는 사람들로 인해 '2020 올 뉴 새마을운동'을 맛보게 될지 모른다.
사계절 아름다운 우리나라. 축복받은 대한민국이 도대체 어디까지 늦가을 썩은 낙엽처럼 나락으로 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