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술이전 거부로 난관에 빠진 한국형 전투기(KF-X)를 우리 스스로 개발하기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술이전 실패에 대해 보고하면서 이런 계획을 밝힌데 이어 방위사업청은 '한국형항공기 개발사업단'을 연내에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4개 핵심기술 가운데 3개는 우리 기술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나머지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기술도 우리나라와 제3국의 기술 협력을 통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 국방장관의 답변이었다.
상식에 입각해서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그런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이나 기계금속 공업 등 관련 산업분야가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져 있기 때문이다. 레이다 기술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IT산업 발전수준에 비춰볼 때 개발할 능력이 없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동북아정세나 기술발전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한국형 전투기는 개발돼야 한다.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한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설사 미국이 억지로 기술이전을 해준다 해도 해외수출을 제한하거나 비싼 부품을 무조건 구매하라고 요구하는 등 불리한 조건이 붙는다. 그러느니 어렵고 먼 과정이지만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자의 우직지계(迂直之計) 병법처럼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또 그렇게 익힌 기술이야말로 확실한 우리 기술이 된다.
그렇지만 야당과 여당 일각에서 지적하듯이 일의 순서가 잘못돼 있거나 예산낭비 요인은 없는지 냉철하고 정확하게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그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단계를 밟아 착실하게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