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332조에 달하는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대출)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
주택 분양시장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이 중도금 대출 제공을 꺼리면서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가 하면, 은행들의 대출 거부도 이어지고 있다.
■집단대츌 규제 분양시장 찬물
1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단달 하순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들에 아파트 중도금 등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데 이어, 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보기 위해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적격성 검사에 들어갔다.
아파트 분양물량 증가로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331조8844억원으로 지난 7월 말 가계부채 발표 당시(321조5709억원)에 비해 10조3000억원가량 증가한 상태다.
분양 물량이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늘어난 대출은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도 있다.
대출에 적극적이던 시중은행 지점들은 금융당국의 지시 이후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중견 건설사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았던 A은행에 중도금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또다른 건설사는 한 시중은행과 중도금 대출 협의를 마치고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의 지시로 대출이 어렵게 됐다며 은행으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은행들이 깐깐해지면서 중도금 대출 금리도 종전 연 2.5∼2.75% 선에서 불과 보름 만에 최고 1%포인트 높은 3∼3.5%까지 올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은행끼리 경쟁을 붙여야 금리가 낮아지는데 들어오는 은행도 없고 있어도 높은 금리를 요구하니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10월 분양한 아파트만 해도 금리가 2.5∼2.7%였는데 분양성이 양호하고 회사 신용도가 높은 곳도 대출금리가 3%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에 은행이 직접 중도금을 빌려준 현장의 자금관리까지 맡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건설사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토지대금 등 사업 초기 자금 마련을 위해 빌려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서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건설사의 신규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집단대출 축소로 사실상 '공급조절'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위적인 대출관리를 통해 사실상 주택 공급물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분양된 아파트 물량은 총 38만6000가구로 연말까지 50만20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주택 인허가 물량도 9월 말 현재 54만140가구로 올 한해 70만 가구를 넘어 역대 최대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처럼 주택 분양·인허가 물량이 늘며 공급과잉 논란이 지속되자 내심 대출금 축소 등 금융규제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분양물량을 줄이는 규제 카드를 고민해왔다. 대출 규제로 가계부채도 관리하면서 공급물량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나아진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현재 분양수요의 상당수가 30∼40대로 중도금 대출 없이는 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는 계층"이라며 "중도금 대출 금리가 오르고 알선 은행도 6대 은행이 아닌 지방이나 기타 은행으로 밀린다면 분양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현재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절반을 차지하는 생활자금대출과 개인사업자금 대출인데 이런 대출은 놔두고 집단대출에만 강력한 메스를 들이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분양물량이 늘었다고 모든 지역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전세난 해결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과도한 우려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주택협회는 지난달 26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대출 제한을 풀어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