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다시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의 M&A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증권 인수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2위인 대우증권을 품으면 단숨에 업계 1위 자리에 오른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을 잡기 위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전쟁'이 예상된다.
KDB대우증권 매각 본게임이 닻을 올렸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올림푸스캐피탈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도 입찰에 뛰어 들었다.
시장에서는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3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2위(4조2581억 원)인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순식간에 증권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 만큼 가격싸움도 볼거리다.
◆가격 싸움, 최대 3조원까지
매각 대상 지분은 산은 보유 대우증권 지분(43.0%)과 산은자산운용 지분(100.0%)이다.
이중 대우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4조3049억원으로 NH투자증권(4조4954억원)에 이어 업계 2위의 증권사다. 덩치 뿐만 아니라 103개의 전국 영업점을 갖췄고 투자금융(IB)사업과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인수자는 곧바로 시장의 선두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메가톤급 매물'로 여겨진다.
시장의 관심은 매각 가격에 쏠리고 있다.
대우증권의 산은 매각 지분(43%)의 시장 가치는 1조500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3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고 경쟁이 과열될 경우 매각 가격이 3조원 가까이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따라서 자금력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격은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조조정 우려 등을 들어 KB금융과의 합병을 선호하는 대우증권 내부 분위기도 변수다. 대우증권 노조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내고 "대형사간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각 증권사에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증권 노동자의 생존권에 큰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은행 내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통해 본입찰 적격자를 선정한다.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곳은 3∼4주에 걸쳐 대우증권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내달 초로 예상되는 본입찰에 참가한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상세실사, 가격 협상 등이 진행되고 나면 내년 상반기에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누가 유리할까
KB금융그룹과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모두 한치의 양보 없는 싸움이 예상된다.
KB금융은 대우증권을 인수해 명실상부한 국내 1위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지만 증권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 계열인 KB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기준 업계 17위에 불과한 중소형 증권사다. 윤종규 회장은 최근 KB금융 설립 7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 '중소기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은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미국 BOA메릴린치를 롤모델로 삼고 이번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이들은 은행과 증권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대우증권의 9월 말 기준 점포수는 각각 1154개, 102개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한 대형화로 글로벌 증권사 도약에 나서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해 대우증권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충전했다.
미래에셋은 자산관리 및 연금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소매금융 및 기업금융(IB)에서 경쟁력 있는 대우증권을 품에 안는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지점(12개)을 보유한 대우증권의 영업 기반 역시 이들 증권사의 해외시장 확장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국금융지주도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곳이다.
업계 4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증권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자기자본 3조3000억원 규모의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과 합쳐져도 7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한다. 한투증권은 지난 2005년 동원증권을 인수해 업계 선두권으로 성장한 저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