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과거사 문제 '첫걸음'…후속협의에 달렸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첫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음에 따라 경색됐던 양국 관계의 향후 전개에 이목이 집중된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이날 회담의 주요 의제는 예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가 핵심이었다. 이날 양 정상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에 중지를 모았지만 이 문제와 관련된 아베 총리의 사과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양 정상은 올해가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동감했지만 밀도 있는 논의 끝에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담판을 짓지 못했다. 다만 과거사 문제를 놓고 그간 양국의 이견이 컸던 만큼 이날 '협의 가속화'는 눈에 띄는 성과는 아니지만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앞으로 양국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 기조였던 '투트랙' 외교의 완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과거사와 안보·경제 등 상호 호혜적 분야를 분리 접근하는 '투트랙' 기조를 취해 왔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서는 이 투트랙 기조가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 관계에 투트랙 기조를 적용한 첫발이 되는 셈이다. 한일 정상회담 성사 배경에는 안보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기대감을 외면하기 어려운 외교적 입장이 작용했을 것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일 회담이 성사됨에 따라 이번 달 예정된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한 다자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추가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회담이 성사된 만큼 향후 회담은 서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회담의 형식이 될 거란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한일관계 정상화는 이날 양 정상이 합의한 "조속타결 협의 가속화"를 어떤 방식으로 푸느냐에 달려있다. 한일 양국이 가속화에 대한 의미를 달리 해석하거나 각자 방식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발목 잡는 형국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의 '협의 가속화'가 일시적 면피를 위한 것인지, 진정성을 전제로 해결 의지를 둔 것인지는 조만간 이뤄질 후속협의에서 그 속내가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