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현실보다 판타지가 더 잘 어울리는 배우. 많은 이들이 강동원(34)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컫는 그의 외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강동원의 진짜 매력은 그런 겉모습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풍길 때 비로소 드러난다. 여전히 스크린이 그를 반기고 사랑하는 이유다.
1년여만의 스크린 컴백작인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강동원만의 매력을 십분 살린 영화다. 그가 연기한 최부제는 사제의 근엄함과는 거리가 먼, 천방지축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1986년생 호랑이띠 젊은이다. 그러나 그 밝은 모습 뒤에는 어릴 적 여동생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다. 영화는 최부제가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와 함께 악령에 쓰인 소녀를 만나면서 겪는 변화와 위기를 그린다.
한국영화에서는 흔치 않은 엑소시즘 소재의 영화다. 색다른 소재인 만큼 배우로서 출연을 고민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강동원은 오히려 이 독특한 소재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상업적으로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영화의 원안이 된 단편영화 '열두번째 보조사제'를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먼저 접한 것도 영화를 주저 않고 선택하게 만들었다.
"소재는 새롭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굉장히 익숙하잖아요. 기승전결이 확실하니까요. 캐릭터도 매력적이고요. 무엇보다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밀고 가는 구조가 충분히 상업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전작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의 택시기사 역할을 제외하면 강동원은 그동안 현실과는 동떨어진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조선시대의 탐관오리였고,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초능력자였으며, 남파공작원이거나 악동 도사였다. 캐릭터의 직업을 연구할 필요가 없는 역할들이었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는 달랐다. 쉽게 만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는 신부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다. "이번만큼은 캐릭터의 직업에 쉽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는 강동원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촬영 전 신부님을 만나면서 캐릭터에 대한 마음이 확 바뀌었어요. 하루는 신부님에게 '너무 힘들지 않으냐'고 조심스럽게 물은 적 있어요. 그런데 신부님이 '아니야, 나는 귀만 빌려주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는데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더라고요. '이게 본질이구나' 싶었죠. 신부님도 만나고 가톨릭과 신학생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아이디어와 영감도 많이 얻었고요."
영화 초반 유쾌한 매력을 발산하던 강동원은 극 전개와 함께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해 가는 최부제의 드라마틱한 성장담을 펼쳐보인다. 그 정점은 환한 불빛으로 가득한 명동 한복판과 대비되는 골목길에서 최부제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이제는 과거를 극복하자고 마음 먹는 장면이죠. 다시는 도망갈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남은 일을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 순간 강동원의 얼굴은 소년에서 어른이 돼가는 듯한 묘한 느낌을 전한다.
강동원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비현실적인 역할, 혹은 소년성을 지닌 역할이 그렇다. "제가 가진 장점이 있다면 활용을 해야죠. 그리고 반대로 그 이미지를 깨는 것도 제가 할 일이고요. 그렇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데뷔 13년차인 그는 하고 싶은 작품과 책임감을 갖게 하는 작품을 고민하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 촬영을 마친 '검사외전', 그리고 이제 막 촬영에 들어간 '가려진 시간'은 강동원의 또 다른 도전을 확인할 작품이 될 것이다.
"선배님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영화를 이끌어왔잖아요. 후배 배우이자 이제 한국영화의 주축이 돼가는 배우로서 선배님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책임감도 도전의식도 더 생기고요. 영화감독이요? 그건 못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다재다능하지는 않거든요(웃음). 그냥 연기만 열심히 집중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