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유안타증권>
한국거래소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호텔롯데에 액면분할(주식 쪼개기)을 검토해 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이미 5000원으로 액면가를 낮춘 롯데그룹의 반응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다.
시장에서는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를 압박해 다른 '황제주(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해 보려는 한국거래소와 액면가를 낮추고 기업공개(IPO) 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롯데의 '동상이몽'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호텔롯데, 글쎄….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롯데그룹에 액면분할을 통해 호텔롯데의 액면가를 5000원 아래로 낮춰줄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호텔롯데는 이미 지난 9월 초 임시주총을 열어 종전 1만원인 주식 액면가를 5000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거래소는 액면가 5000원으로는 상장 후 소액 투자자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액면가를 더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액면가가 2500원 혹은 1000원 수준까지 내려가면 주식 유동성과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크게 늘 것"이라며 "'황제주'가 아닌 '국민주'가 돼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악화된 여론을 극복하고 일반 투자자의 공모 참여 비율을 높이는 데에도 액면분할이 유효한 카드라는 지적이다.
201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19.07%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이며 L로 시작되는 투자회사들 72.65%, ㈜고쥰샤(光潤社) 5.45%, ㈜패미리 2.11% 등 일본 회사들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주인 부산롯데호텔(0.55%)과 자사주(0.17%)의 지분율은 극히 미미하다.
롯데그룹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추가적인 조치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에도 액면분할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의 주가는 '황제주'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롯데칠성과 롯데제과의 주가는 각각 주당 215만4000원과 201만7000원으로 고가주 1위와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롯데푸드도 86만2000원으로 고가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액면분할 확대 효과 있을까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주당 100만~200만원가량인 '5개 황제주(초고가주)'의 개인투자자 지분율이 평균 6%에 불과할 정도다.
이들 황제주는 최근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주식 보유 비중이 낮은 개인투자자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액면분할(주식 쪼개기)을 통해 개인투자자와 성장의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주식분할 요건을 완화해 초고가주 배당시장이 개인투자자의 부의 증식 기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초고가주 액면분할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특례조항을 신설해 상장주식 주식분할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에서 '이사회 결의'로 완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장기적으로 무액면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경영권 분쟁에서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삼성물산이 좋은 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표 대결을 할 때도 소액주주들이 '우리 기업'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면서 통과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롯데도 많은 개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액분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게 현실이다.
삼성화재(1999년)와 SK텔레콤(2000년)의 경험은 시장에 적잖은 교훈은 준다. 삼성화재는 99년 액면분할 이후 6개월 동안 주가가 -52.4% 급락했다. 비슷한 시기 액면분할에 나섰던 동부화재, LG 화재(현 LIG 손해보험→KB손보)도 같은기간 부진한 수익률을 냈다. 액면분할을 하지 않았던 현대해상도 -64.2%라는 기록적인 낙폭을 보였다.
지난 5월 8일 액분 후 첫 거래에 나선 아모레퍼시픽의 거래량은 110만주였다. 그 때 뿐이었다. 10월들어 하루 평균 17만주로 감소했다. 액면분할 전 평균 거래량은 11만주였다. 이는 10년 만에 주가가 8배가량 뛰면서 아모레퍼시픽과 비교되는 SK하이닉스는 하루 430여 만주와도 비교된다.
액면분할 기업의 수익률도 낙제점이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11~2014년의 기간동안 액면분할에 나선 66종목의 액분 이후 1개월 수익률은 -7.0%, 3개월 수익률은 -4.4%로 부진했다. 액면분할 기대감이 사라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대표 우량주가 모여있는 다우지수 구성 종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액면 분할 1년 후 해당 기업이 다우존스 지수 수익률을 웃돌 확률은 44.6%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안혁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인해 유동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면서 "하지만 액면분할이 기업의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액면분할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