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의사를 밝혔다. 장관직 물러나면서 굳이 기자회견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다. 사실은 조용히 대통령에게 사표를 내고 떠나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아마도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다는 관측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이런 관측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지난 7월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출마에 관한 질문을 받자 "소설 같은 이야기 자꾸 한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니 그가 정말 출마한다면 식언한 것이 된다.
정 장관 외에도 몇몇 장관이 곧 사퇴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관은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여러 공직자들과 함께 국정을 이끌 책임이 있다. 특히 대통령의 정책을 끝까지 잘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정의 연속성과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단 장관직을 맡았으면 마지막 공직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각료에 임명되면 대개 내각수반이나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다. 쉽게 장관이 되고 쉽게 물러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 아닌가 한다.
더욱이 장관이 물러나면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 상당기간 공백이 빚어진다. 후임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후임 내정자에게 큰 오점이 발견되면 대통령에게도 누를 끼치게 된다. 정권교체기가 아닌 한 이런 공백과 번거로움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것은 장관들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쉽게 취임하고 쉽게 물러나는 것은 국정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경력쌓기용 아닌가 의심스럽다. 총선에 출마할 때 유권자들에게 화려한 경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총선 출마를 위한 경력관리용으로 장관을 맡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인사들에게는 정당에서도 공천을 주지 말라고 권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