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단계는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과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지표가 '그 시점(the when)'을 결정할 것이다."(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현재 미국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 12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재닛 옐런 FRB 의장)
미국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자 한국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가 점진적으로 인상될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우리나라 경기회복이 지체되고 있어 미국의 금리인상이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잖다.
◆'12월 위기론' 급부상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보다 29.11포인트(1.44%) 하락한 1996.59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일보다 15.14포인트(2.25%)하락한 656.70에 장을 마쳤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갑자기 커진 것이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을 반영해 미국이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고용지표 발표 후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된 모양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중순 26%까지 낮아졌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지난 주말 68%까지 높아졌다"며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12월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둔화된 가운데 12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해 일부 국가에서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위험자산에 유입됐던 자본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신흥국)을 찾아 이동하면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아직 크지 않지만, 이탈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선행성을 보이는 외국인 선물 매매패턴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난주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8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며 수급상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더딘 경제성장은 추가 부담이다.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춰 잡았다.
지난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06억달러 흑자를 기록, 4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액은 8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경상수지가 대폭 흑자를 보였지만 상품수지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크게 감소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흐름이다.
◆당분간 보수적 접근 필요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내 증시에 악재였다.
90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은 세 차례다. 1994년(1995년까지 3.00%→6.00%), 1999년(2000년까지 4.75%→6.50%), 2004년(2006년까지 1.00%→5.20%) 에 금리 인상을 했다.
미국의 기침 한번에 한국증시는 독감을 앓았다. 국제금융센터 자료에 따르면 1994년 2월4일 연준이 금리를 3.0%에서 3.25%로 처음 올린 뒤 코스피는 43일간 11.7% 하락했다. 또 1999년 6월30일(4.75%→5.00%) 이후에는 62일간 23%, 2004년 6월30일(1.00%→1.25%) 뒤로는 80일간 23.1% 주저 앉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KDB대우증권 고승희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 속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져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채권,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수준인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단기적으로는 국내 주가 조정에 무게를 둔다"며 "다만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의 매수 여력과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정책으로 시장 하방 경직성이 높다는 점에서 코스피 2000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미국 금융위기 당시수준으로 내려온 점 등을 고려해볼 때 1950 이하로 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2000선 이하에서는 추가 분할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