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격 방북…술렁이는 여의도
여야, 차기대권 대망론 조짐에 긴장…"한반도 정세 도움" 원론만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북한 방문 소식에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여야는 16일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은 채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반 총장에 대한 차기대권 대망론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의 방북은 북핵 문제 해결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제 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지만 국내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라는 다른 각도에서 이목이 쏠린 상태다. '대통령 반기문-총리 최경환' 시나리오의 시발점인 친박(근혜)계발 개헌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반 총장의 방북에 국내 정치 상황을 대입시킨 것이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개성공단 방문 계획을 알리며 대권설에 한 차례 불을 지핀 바 있다. 비록 북한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반 총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전 세계에 주요 뉴스로 타전됐다. 반 총장의 임기가 대선을 1년 앞둔 내년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성사가 유력한 이번 방북이 국내외에 '외교 대통령' 후보로 각인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반 총장의 대권주자설은 여권, 특히 친박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발 개헌론' 파문이 발생한 와중, 뚜렷한 차기 대권 주자의 부재라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여권의 대항마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반기문 대권설'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여권 유력 대권 주자인 김 대표 측의 반발을 사 가뜩이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정치권 합의가 어려운 가운데 당내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생에 방점을 둔 새누리당이 차기 권력을 놓고 집안 싸움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여권 의원들이 반 총장의 방북이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확대 해석을 경계, 거리두기에 나선 까닭이다.
반 총장의 출마가 '설(說)'에 그칠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정치의 염증을 느낀 데 대한 반대급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선 후로로서 현미경 검증을 버텨낼 지도 의문이다. 이미 '성완종 리스트' 파문 당시 반 총장의 조카가 경남기업과 연루, 재판을 받으면서 도덕성에 생채기가 난 상황이다.
확대해석을 경계하긴 야권도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공식 발표된 게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반 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뤄진 방북 결정이어서 주목된다는 지적에 대해 "여기에 국내 정치 문제를 개입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일축했다.
한편 반 총장도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