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가공육 제품. /뉴시스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햄·소시지가 식탁에서 사라졌다. 햄·소시지 등 가공육 매출 저하는 벌써 20일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여파가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육 섭취 거부 바람이 확산되자 육가공품 섭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 식품 전문가들까지 가공육의 안전성에 힘을 보탰다.
식약처와 전문가들의 진화노력에도 시장상황은 요지부동이다.
17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의 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2%, 소시지는 18.2% 하락했다. 가공육의 전체 매출도 20% 가량 낮아졌다.
홈플러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햄 매출은 5.2%하락했으며 소시지 매출은 30% 나 급락했다.
업계는 WHO의 발표에 정부와 학계 등이 반박자료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가공육의 매출 감소가 오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평소 가공육 소비가 높았던 한 주부는 "무서워서 누가 햄·소시지 먹겠느냐 적게 먹으면 괜찮다고 하지만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이야기 아니냐. 섭취량을 조정해야한다는 것부터 가공육 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가뜩이나 한국 사람들은 암에 민감한데 발암물질이라고 하니 더 꺼려진다"고 말했다.
가공육 제조사들은 WHO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가공육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매출이 예전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며 "도대체가 '암', '가공육' 두 개 단어만 연결 지어서 가공육이 방사능물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발표한 WHO도 문제지만 이를 과장해 보도한 언론에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음식이든 과잉섭취해서 좋을 건 없다. 산삼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데 가공육만 비난의 대상이 돼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가공육 업계는 무엇보다 가공육이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뿌리내리는 것을 걱정했다.
한국 육가공협회 최진성 국장은 "당장의 매출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햄·소시지가 발암물질이라는 편견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파동들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지만 장기화 될 경우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자체가 변해 업체들이 회생불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공육이 사라진 식탁에는 대체제로 생고기가 부상했다. 롯데마트의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의 한우 매출은 7.6% 증가했으며 국내산 돼지고기도 매출은 6.1% 늘었다.
대형마트는 가공육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1인가구가 많이 밀집한 서울시 관악구의 편의점, 슈퍼마켓의 가공육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
본지가 관악구 신림동, 대학동 인근의 편의점, 슈퍼마켓의 가공육 매출을 조사한 결과 예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10% 정도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 슈퍼마켓 사업자는 "발암물질 소리는 들어도 이곳은 특별히 연관이 없다"며 "가족단위로 쇼핑하는 경우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한 끼 단위로 음식을 구매하는 1인가구의 소비패턴을 쉽게 바뀌기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WHO도 발암물질 발표 후폭풍이 거세자 지난달 30일 "가공육을 먹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기준치 이하로 섭취할 경우 오히려 대장암과 직장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기존의 발표를 뒤집는 추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보다 가공육 섭취가 7배 이상 높은 독일은 현재 WHO 보고서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준비 중이며 호주 농업부 장관은 WHO 보고서를 두고 '코미디'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