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17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5'에서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관계자와 콘텐츠 창작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네이버의 전략 비전을 공개했다. /네이버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판사에서 인터넷 포털 최고경영자(CEO)로 180도 변신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다.
판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다.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는 법률을 적용해 사회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가장 마지막으로 바뀌는 것이 법률이다. 반면 인터넷은 매 순간 변한다. 수천만의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접속한다. 포털사이트는 언제나 변화가 '진행형'이다. 법관 출신의 김 대표가 한국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진두지휘한다는 게 어찌보면 역설적이다.
네이버에 법관 출신의 김 대표가 필요했던 것은 얼핏 무질서해 보이는 포털 사이트에도 중요한 원리원칙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자율에 기반한 '상생'과 '소통'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철학 석사과정도 거쳤다. 사업연수원을 수료한 뒤 공군 법무관으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김 대표는 서울지방법원에서 지적소유권 전담판사를 하다 기업인 LG그룹에 입사했다. 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 보다 역동적인 곳에서 일하겠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에서 10여년 동안 일하며 외환위기 시절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을 맡았다. 2004년에는 LG그룹 사상 최연소 부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네이버(전 NHN)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이다. 지인의 소개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을 만났다. 그즈음 김 대표는 인터넷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고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해 4월부터 네이버의 경영 고문을 맡았다. 이후 부사장급인 경영관리 본부장을 거쳐 2009년부터 네이버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경험으로 회사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립된지 15년이 넘은 네이버가 벤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음원의 저작권 문제, 시장지배적 사업자 논란 등 네이버가 급성장하면서 발생한 법적 이슈를 해소하는 데는 김 대표의 역할이 결정적 이었다.
네이버에 숨결도 넣었다. 김 대표는 평소 직원들에게 소통을 강조하며 이메일과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직원들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사람과 사람 외에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려고 하며 사람은 결국 누군가와 닿아 있기를 희망하고 그러한 연결의 최우선은 소통"이라고 말한바 있다.
김대표는 협력사와의 소통 또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최근 김 대표는 "네이버의 성장은 함께 인터넷 생태계를 가꾸어온 파트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파트너와의 상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의지에 따라 네이버는 파트너사 지원을 위해 '네이버 동반성장 위원회'라는 내부 전담 조직을 운영중이다. 공정한 파트너사 선정, 투명한 거래, 합리적인 계약 등을 위한 4대 실천원칙을 만들어 준수하고 있다. 또 파트너사들을 위한 전용 커뮤니케이션 채널 '파트너스라인'과 기업윤리 위반 사항을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신고하고 상담할 수 있는 '기업윤리상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3년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 등 인터넷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을 통해 일제히 제기되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은 독과점의 결과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전 방위적 압박에 결국 사과의 뜻을 표하고 중소 인터넷사업자를 위한 상생펀드 1000억원을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