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중국 주식을 사고 싶은데요."
요즘 증권사 해외주식팀이 바빠졌다. 걸려오는 고객 문의 전화 가운데 3분의1은 후강퉁 질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미국에 상장된 14개 중국 기업을 MSCI지수에 편입키로 하면서 중국주식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도 다시 문을 열었다. 중국 정부의 IPO는 재개는 증시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선전과 홍콩거래소 간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까지 시작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움직임도 바빠졌다.
◆후강퉁 1년, 살아난 중국증시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중국 상해증시의 신용거래잔액은 7040억 위안을 기록했다. 8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연내 28개사가 IPO를 앞두고 있다. 전체 공모규모는 40억 위안 가량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중국 주식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유안타증권 정승은 연구원은 "증시의 발목을 잡아 온 신용잔고, 벨류에이션 등이 상당부문 정상화됐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생전자, 중국중차, 차이나서전, 항서제약, 중국국제여행사, 보리부동산, 중국동방항공, 중청려홀딩스, TBEA, 상해장강하이테크 등을 추천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중국본토 증시의 투자의견을 '신중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월말부터 중국의 유동성 버블 붕괴 조짐 등을 근거로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해 비중축소를 투자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중국 정부의 경기회복 대응이 빨라졌고 ▲11월 말 유력시 되는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본토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 ▲내년 상반기 선강퉁(홍콩-선전 거래소간 교차거래) 허용 등 자본시장 개방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시장의 각종 위험지표가 개선된다며 투자의견을 높였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경기 하강이 진행 중이며 채권시장 과열, 미국의 금리인상과 같은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있어 '신중'이라는 조건을 달았다"며 "상하이증시의 4000포인트 수준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2016년 부터 주식투자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4분기 급락이 원인이였던 신용청산과 환율 불안정, 경기 우려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판단에서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증시는 고점 대비 30% 가량 하락했다"며 "탄력 있는 반등보다는 완만한 상승이 예상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팽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도 9월 초에 냈던 '비중확대'를 유지한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이 증권사 강현철 연구원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보다는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 기대감과 선강퉁 조기 시행 발언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경우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된 리스크는
그러나 투자자들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2000년대 후반 중국 펀드 투자 열풍에 무작정 동참했다가 쓴 잔을 마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뜻 '강력 매수'의견을 내놓는 증권사들도 드물다.
중국 중시 규모를 고려할 때 IPO 재계 등이 주가에 큰 힘을 실어주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금과잉 문제도 잠재된 리스크다. 중국 증시가 계속 오르려면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중국 산업전반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다.
신용리스크도 여전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손소현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기업이 파산해도 모기업, 지방정부, 은행에 의한 구제가 지속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는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축소됐다"면서 "중국 당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시장 개혁은 채권시장에서 파산을 허용하게 될 것이며, 언젠가는 투자자들의 중국 채권에 대한 무한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