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인권문제·남북관계 개선 등 대북 평화 메시지 전할 듯
박 대통령·반 총장, 21일 나란히 EAS 참석…조우 가능성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유엔이 18일(현지시간) "반기문 사무총장의 북한 평양 방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함에 따라 반 총장이 전할 대북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북 가능성과 함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도 한층 커져 논의 테이블에 남북관계 개선 의제가 오를지 주목된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반 총장은 한반도 내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포함한 건설적인 노력을 기꺼이 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반 총장의 방북) 논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이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을 공식 시인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유엔은 중국 신화통신의 "반 총장이 23일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문한다"는 17일자 보도에 대해 다음날인 18일 "다음 주 방문 계획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반나절 만에 방북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반 총장의 방북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 자체만으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다. 앞서 방북했던 2명의 유엔 사무총장 모두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도 방북 성사와 함께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왔다.
연합뉴스가 유엔 소식통을 인용,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방문하면서 회원국 지도자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한 것도 만남 성사를 유력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주요 의제는 북한 핵 문제와 인권문제, 남북관계 등이 될 거라는 게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 복귀 등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인권 문제에 대해선 유엔의 대북인권 결의안 추진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인권개선 노력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문제에 대해선 8·25합의의 이행을 촉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반 총장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는 잇따르는 반 총장의 방북 관련 보도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반 총장이 국내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만큼 그의 방북이 가져올 국내 정치적 파장과 함의가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정부와 반 총장이 방북과 관련 사전 조율에 나섰다는 소문에 대해 청와대가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 관계를 비롯,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 북미 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이 북한 평양 땅을 실제로 밟을 때까지 방북 성사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된 셈이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21일부터 이틀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나란히 참석함에 따라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을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상징되는 대북 구상 등의 메시지 전달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8·25남북합의 이후 우리 정부의 잇단 당국 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이 무반응을 일관하고 있어,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만남자체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