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위협요소로 꼽히는 이른바 '한계기업'의 회사채 발행잔액이 11조원을 웃돌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런 좀비기업이 어느 순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좀비기업이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고 금융지원에 의해 연명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이 해당된다.
23일 크레딧시장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존재하는 26개 '한계기업'(2014 년~2015 년 2·4 분기,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11조3262억원이었다.
◆한계기업 회사채 발행잔액 11조3200억
현대상선 동부제철 대성산업 등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16곳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2조5134억원이었다. '비우량등급' 10개사의 발행잔액은 8조8128억원이었다.
현대중공업(이하 신용등급 A+,비우량등급)은 발행 잔액이 2조3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신평사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해양 부문 손실, 해양플랜트 시장 침체, 건조차질 및 공정효율성 저하 등을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중공업은 3·4분기에도 연결 기준 89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부진했다. 연간 누적 손실만 1조2610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BBB+, 비우량등급)은 1조8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잔량이 남아있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는 85억엔 규모의 엔화표시 채권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도래할 회사채 만기는 5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재무구조개선 개선에 대한 기대는 낮은 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의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한 계단 하향 조정했다. 신평사들은 이번 등급 조정의 주요인으로 사업 안정성 저하와 대규모 투자 및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악화를 들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저비용항공사와 외국계 항공사의 시장잠식이 확대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부담과 계열사 지원 등으로 중장기 재무안정성의 개선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오는 30일 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있다.
한진해운(BBB-, 비우량등급)과 현대상선(BB0, 투기등급) 회사채발행 잔액도 각각 1조7259억원, 1조5841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는 '강제 합병설'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가 일단 강제합병을 부인했지만. 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국내 원양선사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업 추가부실 차단해야"
지난 15일 정부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원양 정기선업에 대해 "글로벌 시장 재편이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선사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로템(A+, 비우량등급) 1조1250억원, 아시아나항공(BBB0, 비우량등급) 9200억원, 동국제강(BBB-, 비우량등급) 4407억원, 두산건설(BBB-, 비우량등급) 3361억원, 동부제철 (CCC, 투기등급) 3195억원, 대성산업(BB+, 투기등급) 2552억원, 두산엔진(BBB+, 비우량등급) 1900억원, 한화테크윈(AA-, 우량등급) 1500억원, LS 네트웍스(A0, 비우량등급) 1300억원 등도 1000억원~1조원대 이상의 발행잔액이 남았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원은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규모가 커지는 것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 하는 잠재적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들 기업의 추가 부실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