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시절은 유통업계가 가장 호황을 누린 시대다.
재임기간인 1993년부터 1998년 사이 대한민국 3대 유통그룹인 롯데, 신세계, CJ가 그룹의 초석을 다지거나 재도약을 선포했던 시기다.
특히 김 전 대통령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각별한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박철언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05년 발간한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5공, 6공, 3김 시대의 정치비사'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신격호 롯데 회장은 YS와 가까운 사람인데 이야기좀 해 보라"는 지시를 한 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 총괄회장을 만났다는 내용이 있다. 박 전 의원은 회고록을 통해 신 총괄회장이 김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며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김 전 대통령의 임기기간 동안 재도약의 기반을 쌓아올렸다.
1994년 현재 국내 3대 편의점으로 불리는 코리아세븐을 인수했으며 1995년 롯데캐피탈, 1996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 등을 설립하며 제과와 음료, 백화점 중심의 사업영역을 넓혀나갔다. 이 시기의 사업 확대가 유통공룡이라는 닉네임을 얻는 배경이다.
당시 롯데는 과감한 투자와 함께 해외진출에 속도를 냈다. 해외 진출로 국내 내수 악재를 대비하면서 1997년 닥친 'IMF위기'이기에도 유통·관광·식품 업계 1위를 고수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 브랜드가치 1위 이마트와 백화점 업계 3위 신세계 백화점을 보유한 신세계그룹도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때 출범했다.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된 신세계는 김 전 대통령 임기 4년차 1997년에서야 그룹의 면모를 갖추고 공식 출범했다.
1995년 신세계푸드,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잇달아 오픈한 후 조선호텔 베이커리 '데이앤데이' 1호점 개점, 대형마트 업계 최초 이마트 용인물류센터를 세우는 등 굵직한 그룹 역사의 한 획을 그어나간 것도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이다. 이듬해 1997년에는 중국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하고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건설 등을 잇따라 창립했다. 신세계는 현재 대형마트 166개 점포, 백화점 10개 점포를 가지고 있는 국내 정상 유통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CJ그룹도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1996년 제일제당그룹으로 공식 출범했다. 현재 CJ그룹은 K-푸드(CJ제일제당, CJ푸드빌), K-팝(CJ엔터테인먼트), K-스타일(CJ오쇼핑, CJ올리브영) 등 한류 열풍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업계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IMF의 주범으로 몰리는 부분도 있지만 그가 국내 경제 성장에 기여했던 점은 말로 다 설명하기도 힘들다"며 "특히 유통기업들의 사업확장과 해외진출 성과에는 당시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