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영면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은 김종필 전 총리에게 전하기를 붓글씨로 이 두 단어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격동의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온 정치인의 마지막 충정을 느끼게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오랜 세월동안 풍상을 다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다. 대통령 재임중에도 영광과 시련을 모두 맛보았다. 더욱이 자신의 퇴임 이후 한국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안타깝게 지켜봤을 것이다. 그런 삶의 여정에서 보고 겪고 느낀 모든 것이 바로 두 단어에 응축돼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 남북한의 대립에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과 극심한 빈부격차에 이르기까지 온갖 갈등과 대립으로 갈라져 있다. 이런 대립을 녹이고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도 제법 나오지만, 갈등의 깊은 심연 속에 가라앉아 있다. 모든 세력이 저마다 자신들의 주장만 앞세우면서 상대방을 짓밟으려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도 사회대통합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오랜 동안 야당생활을 한 인사가 위원장으로 들어갔지만,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럴 때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메시지는 참으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가 한 평생 목숨 걸고 투쟁하면서 이루고자 한 것이 이렇게 분열된 조국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의 작은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면서 한마음 한뜻이 되는 나라를 꿈꿨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갈라져 있으니 김 전 대통령이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제 김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보내면서 대한민국이 할 일은 분명해 보인다. 서로 대립을 극단으로 밀고나가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합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여당도 야당도, 보수도 진보도 모두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메시지 앞에 겸허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