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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의 딴생각] 테러에 위협받는 크리스마스

송병형 글로벌뉴스부장직대



며칠전 동생이 페이스북에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올렸다. 유치원생인 조카가 아름다운 트리 조명에 취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다. 동생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어린 조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크리스마스는 동생이나 조카에게 가장 큰 연말축제다. 종교를 넘어 크리스마스는 평화와 안식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크리스마스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예년같지 않다고 한다. 11월 13일의 금요일밤에 벌어진 파리 테러의 영향이다.

크리스마스 최대 축제의 장인 크리스마스 마켓은 테러 위협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와인을 마시거나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사는 예년의 풍경을 찾아볼 수 없고, 화려한 조명 점등식도 취소됐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주최측과 경찰, 당국 등이 모여 위기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점포 운영자들은 수상한 사람이나 물건을 포착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파리 등 유럽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려던 사람들도 줄었다고 한다. 파리 테러 이후 지난 20일까지 일주일간 파리 여행 취소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었고, 신규 예약건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고 전해진다.

파리 테러가 일어났을 때 유럽 사람들은 테러의 위협에 '겁먹지 말자'라며 서로를 격려했지만 이도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미국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 대신 '해피 홀리데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종교적·문화적 다양성을 배려해 크리스마스의 종교색을 감춰야한다는 논리다.

영국에서는 영화관이 크리스마스 광고를 두고 종교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관이 "종교적 광고는 금지한다"며 주기도문이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광고의 상영을 금지하자 종교계가 "그렇다면 모든 크리스마스 광고를 금지하라"며 반발했다는 이야기다.

스타벅스 역시 연말 특별 종이컵에 크리스마스 무늬를 빼면서 종교인들의 반발을 샀다. 스타벅스 종이컵은 소셜미디어로 논쟁이 번지기도 했다. 이른바 '크리스마스전쟁'이다.

한쪽에서는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축제인 크리스마스를 빼앗겼다고 하고, 반대쪽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한다며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는 당연한 것이라고 맞섰다. 종이컵에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논쟁들이야 서구에서나 가능하지 우리사회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처음부터 크리스마스가 모두의 축제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서구와의 교류가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축제가 된 것이다. 기독교 신자층이 두터워진 것도 역할을 했다. 결국 세계의 조류가 바뀌면 우리사회에서도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언젠가는 우리도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에 '해피 홀리데이'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또 크리스마스 광고를 두고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 날이 최대한 천천히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왜냐하면 세계가 바야흐로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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