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빚진 '교과서 3000만부'…박 대통령, 60년만에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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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해 60여 년전 유네스코에 빚진 초등학교 교과서 3000만 부를 몇 배나 되는 선물로 보답했다.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유네스코 본부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앞으로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네스코와 함께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과거 유네스코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던 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와 같은 폭력적 극단주의의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평화의 방벽을 세우기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도국 소녀와 아프리카 교육 지원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제시한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구상을 유네스코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구상은 개발도상국(개도국) 소녀들에 대한 의료, 보건 서비스 강화, 기초교육 기회 확대, 사회경제적 자립도 제고를 위해 2016부터 2020년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통해 네팔과 라오스 등 15개 개도국에 총 2억 달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박 대통령의 구상과 일맥상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렛 걸스 런(Let Girls Learn)' 구상을 연계하기로 미국 측과 협의를 마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에 교과서 개발 및 보급을 포함한 직업기술교육 사업에 대한 지원 계획도 설명했다. 바로 아프리카 부흥 교육(Education for Africa Rise)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 사업에 내년부터 5년간 1180만 달러를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아프리카 교육혁신사업에도 올해부터 2017년까지 600만 달러를 지원한다.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민주주의,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 달성에 기여하는 세계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커리큘럼 개발에도 협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내년에 1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과학·문화 분야 협력 액션플랜도 제시
박 대통령은 과학과 문화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과학 분야에서 박 대통령은 15개 개도국을 상대로 내년부터 5년간 KOICA를 통해 2억 달러를 지원하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구상'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물안보 및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 연구·교육 센터'를 대전에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문화 분야에서 박 대통령은 유네스코를 통해 개도국의 문화다양성 및 창의산업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르완다 등 3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상황에 맞는 문화창의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연구에 정부가 47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국을 광주에 유치할 계획으로, 오는 9일 유네스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유네스코 본부 방문은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의 초정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각계 주요 인사와 파리 주재 외교단, 유네스코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해 박 대통령의 특별연설을 경청했다.
연설 직전에는 지난 2003년 유네스코 평화예술인(Artist of Peace)으로 위촉돼 활동중인 성악가 조수미씨의 축하공연이 열렸다. 박 대통령은 연설 후 '한·유네스코 자발적 기여에 관한 MOU(업무협약)'와 '청소년 발달 및 참여를 위한 국제무예센터 설립협정' 체결식에 참석한 뒤 보코바 사무총장과의 오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유네스코 일정을 끝으로 파리 방문을 마무리하고 다음 순방국인 체코 프라하를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