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가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SK텔레콤은 1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허가를 신청하는 서류들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주식인수와 합병인가를 함께 요청한데다 허가 항목이 방송과 통신, 기업 결합 등에 걸쳐 총 15개에 달하면서 SK텔레콤이 준비한 인가 신청 서류만 사무용 캐비닛 6개, 1t 트럭 1대 분량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일 이사회를 열어 CJ헬로비전 지분 취득 후 내년 4월에 종속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기로 전격 의결했다. SK텔레콤 측은 이에 대해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트렌드에 부합해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인터넷기반 방송서비스인 OTT(Over the Top)를 포함한 뉴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는 합병 목적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사회 이후 약 1개월 동안 김앤장 법률 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세종으로부터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따른 법률 자문을 꼼꼼하게 받고, 사업 계획을 다듬은 뒤 마감 기한인 2일에 하루 앞서 당국에 신청서를 전달했다.
인수·합병이 승인되려면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정부의 인가를 모두 받아야 한다. 또 이번 인수·합병은 케이블방송과 IPTV업체간의 결합이기도 해서 방송법과 IPTV법도 적용받게 된다. 방통위는 방송통법에 따라 CJ헬로비전이 주체가 되는 인가건에 대해 사전 동의 권한을 갖고 있다. '경제검찰'을 자처하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도 받아야한다.
미래부 등 정부 당국은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꾸려 합병 적정성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기한이 최장 90일로 정해져 있어 허가 여부는 내년 2월 안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심사의 관건은 이번 합병으로 인한 경쟁 제한과 이용자 편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해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공룡 사업자'로 재탄생할 경우 시장 지배력이 갑자기 커져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SK텔레콤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단순히 외형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 IPTV, 초고속인터넷으로 운용하던 결합상품에 케이블TV까지 더해 상품 구성을 더욱 다양화함으로써 유무선 시장을 아우르는 지배력이 배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KT 측은 "금번 인수합병은 내수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두 그룹이 플랫폼과 콘텐츠 영역을 나눠 각각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방송통신 정책 역행, 공정한 시장경쟁 저해, 방송통신산업의 황폐화,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모두에게 가기 때문에 불허돼야 한다"며 "이번 인수·합병은 공정거래법 제 7조에 의거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결합'에 해당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LG유플러스도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주식인수 인가신청과 합병인가 신청을 동시에 진행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과 양수합병 고시 위반 가능성이 높다"며 "심의기간을 단축시켜 인가조건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또한 "미디어 번들 강화하겠단 SK텔레콤의 의지는 케이블 공짜 끼워팔기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케이블TV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