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2012년 3월부터 44개월째 이어지면서 최장 흑자기록을 매달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0월 경상수지가 89억6000만달러 흑자(잠정)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전월(105억4000만달러)보다 줄었지만, 작년 동월(87억4000만달러)대비 2억2000만달러 증가한 규모다.
'불황형 흑자'가 지속됨에 따라 향후 수출 부진과 소비 침체가 지속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의 흑자 기조는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수입 감소는 기업의 투자 감소와 소비 부진 등을 반영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수출, 수입이 부진했는데 10월에 이어 수출 물량과 수출 단가가 모두 감소했다"며 "무역수지는 104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의 불황형 흑자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경기부진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 주요 수출 품목들의 부진이 이어졌고, 일시적 해양플랜트 인도 물량으로 선박 제품의 상승이 있었다"며 "신제품 출시에 따른 IT(정보기술) 제품의 증가도 있었지만 큰 의미를 두기에는 미미한 수준으로 주력 수출 지역인 중국과 미국향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국의 경우 생산, 투자 등의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구재 소비지출 CSI(소비자동향지수)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시기보다는 높지만 세월호 이전보다 낮아 소비절벽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내년 초부터 내수 주도의 경기 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11월 수출 증가율이 지난 달과 비교해 낙폭이 축소됐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출 상대국의 경기 상황을 감안했을 때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444억달러를 기록했다"면서 "반면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한 341억달러를 기록해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보면 대외 관련 지표는 부진한 반면 내수 관련 지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정부의 내수 부양책 효과가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연말 소비 지표가 긍정적일수록 내년 초 경제지표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면서 "내년 초 대외 부문의 개선이 뚜렷하지 않고, 소비로 인해 내수까지 부진할 경우 대내외 상황이 모두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승환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되고 우리나라의 무역구조 특성상 수입이 수출보다 더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불황형 흑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가량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