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상생협력 기금은 사실상 자발적 준(準)조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피해보전 대책으로 마련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대해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연내 발효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며 이해를 부탁했지만 물밑 반발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재검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한·중 FTA 비준 조건으로 야당과 합의한 농어촌 상생기금 규모에 대한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어촌 상생기금은 애초 야당이 주장한 무역이득공유제(기업이 이익 일부를 걷어 피해 농어촌에 지원하는 제도)의 대안으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받아 연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피해 산업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기업의 '자유'가 포함됐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역이득공유제와 다름없는 데다 기업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고, 이중과세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기부라는 점에서 무역이득공유제와 차별성을 뒀지만 재계에선 사실상 의무적인 정부 정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연내 발효에 대한 부담감에 야당과 정치적 타협에 몰두, 기업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무성 당대표도 2일 최고위원회에서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인정했다. 김 대표는 "한·중 FTA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입장이 선순위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기금이 기업에는 준조세가 되고 나중에 기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한중FTA비준 하루 만인 1일 "피해보는 농어민들을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는 좋은 의미로 했는데 그게 과도했다면 조율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며 조정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예견된 수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이 재계의 비판이 예상됨에도 이를 받아들인 것은 야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계책이라는 것이다. '선 처리 후 조정'인 셈이다.
그러나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 야당과 협의해 정기국회 내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정 카드'를 섣불리 꺼내들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준 동의안 직후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그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것도 재계의 비판을 수용하는 선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도로 보는 해석이 많다.
"합의를 깼다"는 야당의 반발을 당장 부르지 않아 정기국회 법안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까닭에 새누리당이 실제 조정 움직임을 보인다면 정기국회가 모두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이나 말쯤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