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밴드'(조준호·손현·안복진)가 두 번째 정규 앨범 '저기 우리가 있을까'를 들고 돌아왔다. 아련한 감성이 느껴지는 제목을 지닌 앨범에는 좋아서 하는 밴드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담백한 음악을 담은 11곡이 수록돼 있다. 특히 전작과 달리 세 멤버의 하모니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데뷔 8년차에 접어든 밴드의 새로운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이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2008년 버스킹 밴드로 출발했다. 활동 초기 밴드 이름을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냥 저희는 좋아서 하는 건데요"라고 답한 것이 지금의 밴드 이름이 됐다. 2009년 첫 EP '신문배달'을 발표했고 그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과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에는 첫 정규 앨범 '우리가 계절이라면'을 발표했다. "이제 때가 됐다"는 생각으로 완성한 앨범이었다.
두 번째 정규 음반은 당초 지난해 발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규 음반이 지닌 부담감 때문에 예정보다 앨범 작업이 늦춰지게 됐다. 세 멤버들의 음악적인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 것 고민거리였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프로듀서'였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색깔을 고민하기에는 멤버 세 명의 취향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어요. 밴드의 색깔을 고민하다가는 팀이 깨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죠. 그래서 프로듀서를 생각하게 됐어요. 프로듀서를 통해 세 명의 다양한 모습을 조화롭게 하나의 앨범으로 담아내려고 했죠." (조준호)
"밴드의 색깔이란 기본적으로 장르잖아요. 그런데 멤버들마다 선호하는 장르가 약간씩 달라요. 그래서 각자 쓰고 싶은 곡을 갖고 와서 하나로 잘 묶어낼 방법이 필요했어요." (손현)
밴드가 선택한 프로듀서는 우쿨렐레 피크닉 멤버이자 음반 프로듀서와 영화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이병훈이었다. "멤버들 다 마음에 들었던 프로듀서였어요. 작업하면서는 멤버 한 명이 더 늘어난 기분이었죠. 저희를 지휘해줄 사람이 생긴 거니까요. 정규 앨범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사라졌고요." (안복진)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세 멤버의 하모니다. 이전까지는 멤버들이 각자 작곡한 노래만을 불렀다면 이번에는 서로 화음을 맞추며 노래에 참여했다. 이병훈 프로듀서가 참여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사랑의 베테랑'에서는 세 멤버가 이전에 들려준 적 없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안복진이 작사·작곡한 '명왕성'은 세 멤버마다 다른 연주로 노래를 불렀다. 앨범에는 안복진과 손현이 부른 버전이 수록됐다. 조준호가 부른 버전은 내년 1월에 따로 발매될 예정이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정규 2집 '저기 우리가 있을까' 커버./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좋아서 하는 밴드가 8년 동안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공연이다.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오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새 앨범에 담긴 세 멤버의 하모니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멤버들은 "공연은 어떤 음악을 해도 재미있게 할 자신이 생겼다"며 "크게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앨범은 밴드를 계속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저기 우리가 있을까'라는 앨범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음악은 결국 마음으로 전해져야 남을 수 있는 거니까요. 이번 앨범은 부끄러울 것 없는 정말 마음에 드는 음반이에요.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 앨범도 부끄러운 앨범이 됐으면 해요. 그만큼 음악적으로 성숙했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렇게 정규 3집, 4집도 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조준호)
사진/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