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A씨는 귀가하기 위해 대리 운전을 불렀다. 대리기사는 그가 사는 아파트에 진입해 주차를 마친 후 돌아갔다.
그런데 A씨는 때마침 자신의 차량이 주차구획선을 어설프게 밟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옆 차량에 피해가 갈 것이라 판단한 A씨는 똑바로 정렬하기 위해 후진을 시도하다 오히려 옆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는 피해차량 차주와 합의를 시도하려했지만 상대방은 그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혈중 알콜농도 0.13%. A씨는 음주운전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될까.
도로교통법 제2호 제1호에 따르면 '도로'는 도로법에 의한 도로, 유료도로법에 의한 유료도로, 그 밖에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곳'에 관해 판례는 "외부차량이 경비원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 내 통행로는 도로교통법 소정의 도로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판례는 "아파트단지 내 건물 사이의 통로 한 쪽에 주차구획선을 그어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주차구역을 만들었다면 이는 주차장법 및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계 규정에 의해 설치된 아파트부설주차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차구획선 내의 주차구역은 도로와 주차장의 두 가지 성격을 함께 가지는 곳으로, 주차장법과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계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 이를 도로교통법 소정의 도로로 섣불리 확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행법은 위 판례 등의 취지를 반영, 구 도로교통법이 주차구획선 내 주차구역을 "그 밖의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이라고 정했던 표현을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로 개정했다.
A씨의 음주운전 여부는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 주차구획선 밖 통로부분의 평소 쓰임새 여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주민들이 특정한 용건을 가지고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장소인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 등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써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인지에 따라 음주운전 해석이 달라지게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