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윤계상 "보잘 것 없어도 괜찮아. 청춘이니까"
'극적인 하룻밤'서 청춘 대변
한예리와 '최고의 케미'
"사랑만은 포기하지 마세요"
"미흡하고 보잘 것 없어도 괜찮아. 청춘이니까." 영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로 돌아온 배우 윤계상(36)이 현대 사회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힘들어하는 청춘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다.
"전작 '레드카펫'의 정우와 이번에 개봉한 영화 '극적인 하룻밤'의 정훈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정우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의 꿈을 놓칠 뻔하다 주변인들에게 힘을 얻어 성장하는 인물이라면, 정훈은 사회가 정한 기준 때문에 찾아온 사랑을 놓칠 뻔한 위기에 처하는 인물이죠. 하지만 결국 시후(한예리)를 만나면서 한층 성장하죠. 사회의 '벽' 때문에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선택했어요."
'극적인 하룻밤'은 헤어진 애인의 결혼식에서 만난 남녀가 서로의 인생에 강렬한 하룻밤을 보낸 뒤 '원나잇 쿠폰'을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윤계상은 N포세대를 대변하는 가진 것 없는 30대 기간제 체육교사 정훈을 연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밝은 성향에 걱정ㄷ 없어 보이지만 아직도 불안정한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각자 전 애인의 결혼식에서 만난 남녀가 몸을 먼저 나누고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는 내용이 자극적이기는 하죠. 아마 그런 관계를 이해 못하시는 분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100% 내용에 공감하고 정훈을 이해했어요. 만약 정훈의 의도가 처음부터 불순했다면 공감하기 힘들었을텐데 '극적인 하룻밤'을 보내면서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한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상처 때문에 '우리는 몸친 관계야'라고 선을 긋고 쿨한 척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이미 사귀고 있는 거죠. 눈만 마주쳐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데 그게 어떻게 사랑이 아니에요? (웃음)"
함께 호흡한 상대 배우 한예리는 같은 소속사 식구다. '19금' 영화다보니 수위가 높은 장면이 다소 있다. 촬영 당시 어색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고의 케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액션영화 찍는 것보다 더 치열하고, 순서에 맞춰 디테일하게 찍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낄 순간조차 없었다"며 "오히려 편한 사람과 더 솔직하게 찍을 수 있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후반부에 두 사람이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에요. 그 신이 애드리브로 완성된 장면이거든요. '여자와 남자의 입장 차가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시후를 사랑하지만 사회적으로 낮은 입지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정훈과 '누가 결혼하쟤? 연애하자는 건데'라고 말하는 시후가 남녀의 다른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 장면 찍을 때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극적인 하룻밤'은 이미 10번째 시즌을 돌파한 연극으로 대중에게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윤계상은 단 한 회도 연극을 보지 않았다. 그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정훈을 연기하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제가 생각한 정훈은 하기호 감독님이에요. 어떤 영화든 감독님의 예술이기 때문에 감독님에 빙의되는 캐릭터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정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가 대변한 거죠. 아마 감독님이 영화 보시고 가장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윤계상은 지금도 청춘이다. "항상 청춘이고 싶어요. 넘어져도 일어나고 실패하면 또 다시 도전하는 청춘이요. 청춘의 끝은 철이 들었을 때인 것 같아요. 배우는 특히 철이 들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 감정과 삶, 환경 등 모든 것을 타협하는 순간 전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죽을 때까지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는 윤계상은 자신의 강점을 성실함이라고 꼬집었다. "꾸준히 연기해왔고 이제서야 연기의 맛을 알 것 같아요. 예전에는 뭔가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제 연기에 떳떳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앞으로도 저만의 연기색깔로 대중 앞에 서고 싶어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대의 우상이었던 지오디(god)로 활동하던 때가 바로 어제 같다. 그런데 벌써 11년차 베테랑 배우가 됐다. "지오디 시절은 제 인생의 전성기였어요. 그때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때가 또 있을까요? 그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 더 많은 것을 보게 됐고, 이제와서 재미를 느낀 것도 많으니까요. "
'극적인 하룻밤'은 풍파를 견디고 성장한 윤계상이 퍽퍽한 삶에 지친 청춘에게 전하는 메시지와도 같은 영화다. "다 포기해도 사랑하는 사람만은 포기하지 마세요. 지금 처지가 한심스럽고 좋지 않을 일을 겪고 있다고 해도 영원히 불행하지는 않거든요. 영화 보시고 힘 팍팍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