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미국의 금리 인상, 국제유가 폭락 등으로 벼랑끝에 몰리면서 상장사들이 재무구조 개선에 비상이 걸렸다.
보유하고 있던 건물 및 토지, 심지어 생산기계까지 파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타법인 출자지분 처분은 기본. 알토란 같은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사례도 흔하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상장사 중 4·4분기 들어 '타법인주식 및출자증권처분결정' 공시를 낸 곳은 모두 28곳에 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보유 중이던 대우건설 보통주 500만주를 처분키로 했다.
처분 금액은 306억5000만원이다. 처분 후 소유 주식은 1462만1622주(지분율 3.52%)로 감소한다.
금호석유화학은 "비영업용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출자지분 팔아 재무구조 개선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에이치라인해운 주식 181만주를 처분했다. 처분 금액은 1203억6500만원으로 자기 자본의 15.5%에 해당한다.
LS전선은 LS전선아시아주식회사의 주식 295만7233주(지분율 19.62%)를 케이에이치큐제삼호 사모투자전문회사에 519억9998만원에 매각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8.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회사 측은 "보유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재원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원은 캄보디아 사료 공장 법인인 코도피드밀(Kodo Feedmill) 지분 100%를 68억원에 매각했다.
동아원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국제분 경영권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전날 예비입찰을 실시한 결과 밀가루 관련 식품업체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규모는 3000억~5000억원 수준이며 인수자가 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전량 인수할 경우 최대 80%까지 한국제분 지분을 획득하며 경영권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 나온다.
◆유형자산도 판다
토지·건물 등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
AK홀딩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AK플라자 분당점과 서현동 주차장 건물 등을 KB국민은행 캡스톤사모부동산투자신탁14호에 매각한다.
처분 금액은 42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의 15.15%에 해당한다.
AK홀딩스는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LS네트웍스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부동산을 420억원에 처분키로 했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전기는 신규 사업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경기도 화성시 봉담면의 봉담공장 토지 및 건구축물을 창해산업에 처분했다. 처분 금액은 42억원으로, 자산총액 대비 0.8% 규모다.
이 밖에 사업구조조정 및 경영효율화를 위한 자사주 처분도 이어지고 있다.
NI스틸은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보통주 100만115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처분예정금액은 약 26억7000만원이다.
KB손해보험은 보유해온 자사주 829만179주를 KB금융에 약 2300억원에 처분했다.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KB손보의 자본력 확충이 기대되고 KB금융의 지분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도 완화됐다는 게 시장 평가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KB손해보험의 대규모 자사주 처분은 자본확충 및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보유 주식이나 토지ㆍ건물 등을 팔아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유가하락, 중국 경제 불안 등으로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몇몇 경기 부진업종 기업들은 자금조달시장에서 찬밥 신세가 되자 마지막 수단으로 돈되는 자산을 팔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보여진다.
국내 한 상장자 재무담당 임언은 "미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증시나 크레딧 시장에서 자금을 융통하기도 쉽지 않아 기업들이 우선 불요불급한 자산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