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증시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의 경기 둔황 우려 등 'G2'의 그늘에 있었다. 덕분에 '박스피(코스피+박스권)' 오명을 벗는 데 실패했다. 또 '삼성' 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롯데와 빅딜을 성사시켰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했다. 삼성전자는 11조3000억원의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키로 했다. 이른바 '이재용'식 주주친화정책이다. 기업공개(IPO)도 풍년이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잇따라 불거진 도덕적 해이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15년 자본시장 결산'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자본시장을 되돌아본다.
2015년 글로벌 금융투자 시장 키워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럽연합(EU)·일본의 '양적완화'라는 대립구도, '유가 하락'이었다. 선제적인 양적완화 조치로 경기가 살아난 미국은 달러 회수에 들어간 반면, 유럽과 중국, 일본은 추가 경기 부양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글로벌 전반의 경기 침체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폭락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원자재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도 함께 가라 앉았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도 박스권 탈출에 실패하는 모습이다.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재로선 산타가 찾아오기도 힘들 것 같다.
코스피의 성적표는 초라했고 상장사 이익은 저성장도 모자라 역성장했다.
◆코스피, 박스권 행보
시장 역동성은 사라진 채 바깥바람에 찔끔찔끔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는 지난 11일 1921.71로 마감하며 지난해 말(2011.34)보다 4.46% 하락했다.
답답한 증시 흐름은 연초부터 예견됐다. 기업들의 이익 침체와 중국·일본의 견제로 박스권 행보를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던 것.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올들어 지난 4일까지 세계 60개 주요 국가대표지수 가운데 코스피는 코스피지수는 3.07% 상승해 24위를 각각 기록했다.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8.58%(18위) 각각 상승했다. 연초까지 버블 논란에 휩싸였던 미국 증시는 중국발 쇼크로 올여름에 크게 흔들렸다.
올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던 중국 증시의 경우, 선전 증시와 상하이 증시가 차별적인 흐름을 보였다.
선전종합지수는 57.81% 올라 전 세계 주가상승률 2위를, 상하이종합지수는 8.98% 상승해 17위를 각각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1.77% 오르며 11위를 기록,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유럽증시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책 기대로 올해 부진을 털어내는 모습이다.
그나마 코스닥 지수가 올들어 26.3% 올라 7위를 기록한 것이 위안이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국인투자 잔액은 9463억달러로 전기대비 604억달러 감소했다. 외국인투자 잔액 감소폭은 2011년 3·4분기(-824억달러)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중 주가하락과 환율약세 등 비거래요인은 50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시장지배력은 올해도 여전했다.
그나마 기업공개시장이 활성화되고 배당 분위기가 확산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상장사, 불황형 흑자
유가증권시장 소속 상장사들이 올 들어 3분기 연속 '불황형 흑자'를 지속했다.
'불황형 흑자'란 회사 외형(매출)은 줄었는데 수익(영업이익·순이익)이 늘어난 것을 말한다. 그만큼 업황이 부진한데도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억지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88개 중 90개를 제외한 498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4분기 매출액은 408조1554억원으로 지난해 3·4분기에 비해 0.44%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26조1543억원)과 순이익(5조897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와 42.2% 급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4분기 6.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포인트 높아졌다. 1000원어치를 팔아 영업이익 64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불황형 흑자는 지난 1·4분기부터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감소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소속 상장기업 매출액은 지난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78%나 감소했으나 2분기 -4.43%, 3분기 -0.44%를 각각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매출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수익성은 더욱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연결 매출액은 3.13% 감소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6.71%와 24.31%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환율 상승효과 등 비용 감소 측면에 기댄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부진으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비용 감소가 영업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로도 명암이 엇갈렸다.
기계, 비금속광물, 서비스업, 운수장비, 전기전자 등 5개 업종의 순이익은 지난해 1~9월보다 감소했다. 건설·종이목재 등 2개 업종은 흑자전환한 반면 운수창고는 적자전환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건설, 비금송광물, 섬유의복, 운수창고, 의료정밀, 음식료, 의약, 종이목재 등 8개 업종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기계, 서비스업, 운수장비, 유통, 전기가스, 전기전자, 철강금속, 통신, 화학 등 9개 업종은 감소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