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배)자료=자본시장연구원신용등급 상하향배율=등급 상승기업 수/등급 하향기업 수>
올해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건수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 원자재 가격 하락, 내수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실적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들은 자금 조달비용 증가로 원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실적도 덩달아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여기에 정부가 좀비기업 색출에 나서고 있어 기업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신용등급 강등 기업 대비 상승기업 비율)은 0.19배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0.96배 보다 낮다.
업종별 신용등급 강등 기업 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진에 시달리는 건설업종이 9개로 가장 많고, 조선업종과 캐피탈사 등의 기타금융업종이 각각 5개로 뒤를 이었다.
또 정유·기계·해운(각 3개), 항공·유통(각 2개) 업종의 기업들도 신용도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하락한 업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AA등급의 경우 2014에는 건설 조선 등 일부 업종에 제한됐으나 올해는 정유 화학 및 내수 업종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적부진에 신용 강등 우려까지 커진 기업들의 고민은 더 크다.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어려움→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거래량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6조1128억원으로 2008년 11월(4조4028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자 인식과 등급 간 괴리를 줄여 등급의 현실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은 자산유동화 등 대체조달 수단을 모색해야 하는데 비우량 등급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좀비기업으로 낙인 찍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좀비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시급한 경제 현안이 쌓여 있지만 주요 법안들이 19대 정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임시국회에서도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산업 재편 전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기촉법은 올해가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한시법이다. '기업 구조조정 표류' 비판이 거세지자 여야는 일몰 시한을 2년 6개월 연장하는 절충안에 일단 합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