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붕어빵 안에는 붕어가 없다. 그럼에도 "속았다"고 억울해하는 사람은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음을 증명하는 저렴한 가격과 맛 때문이다. 붕어가 없는 붕어빵을 사면서도 흔쾌히 돈을 지불하는 이유다.
이름과 달리 실체가 없는 것은 정치권에도 있다. 붕어빵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하지만 매번 "속았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문제는 돈을 받는 이들이 '무(無)실체'에 대해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돈은 '세금', 이를 지불하는 주체는 '국민', 받는 객체는 '정치인'이다.
새누리당에는 '새로운(새) 세상(누리)'이 없다. 19대 정기국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종료됐지만 조바심은 보이지 않는다.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놓고 벌이는 계파 갈등 때문이다. 공천 룰 전쟁의 속살은 '자파 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은커녕 정치 혁신도 없다. 오직 조직 논리만 존재할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새정치'가 없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지 2년지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변화와 혁신을 가장한 '이름 바꾸기'에 나섰다. 당명 공모 절차는 이날 마감됐다.
함께 혁신을 외쳤던 사람은 "정치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을 박차고 나가 제2의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총선을 앞두고 '일여다야'(하나의 여당 다수의 야당)의 정계 개편이 또다시 재현된 것이다.
양당이 각기 다른 내용으로 내홍을 겪고 있지만 뿌리는 결국 '총선'이다. 다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은 내부에서 자신의 편을 늘리기 위해, 총선승리를 내건 제1야당은 여당을 제압하기 위해 각각 '승자 독식' 게임에 나선 것이다. 국민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면서 총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셈이다.
새로운 세상과 새 정치는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비록 붕어는 없지만 붕어빵은 맛도 있고 값도 저렴하다. 그렇다면 정치는커녕 영양가도 없고 세금만 축내는 정치인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붕어빵과 달리 이 경우는 환불도 안 된다. 양질이나 교환가치에서나 붕어빵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