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은행채 만기 및 순발행 현황 자료=동부증권, 정금채 포함
'좀비기업' 퇴출 등의 영향으로 자본을 늘려야하는 은행의 고민이 커졌다. 2016년 1월부터 정부가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 이자 지급 조건을 강화하고,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 되면서 조달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코코본드 외에 마땅한 자본 확충 수단도 없다.
코코본드란 은행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부실 금융기관'으로 분류되면 채권이 상각돼 원리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일종의 후순위 채권이다.
◆은행, 자본확충 잰걸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은행채 만기는 68조7000억원(신한 금융 추정) 가량이다. 정책금융공사채(정금채)를 포함할 경우 약 85조원(동부증권 추정)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확충 작업은 이미 시작했다.
이달에 산업은행(7000억원), 신한은행(3000억원) 등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이에 앞서 IBK기업은행은 지난 9월 30년물 4000억원, 10년물 2000억원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성공리에 발행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로 원화(3000억원) 및 달러화(5억달러)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은행, 10월까지 3.3조 코코본드 발행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원화 코코본드 발행 규모는 지난해 2조8600억원에서 올해 10월까지 3조3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이 코코본드 발행에 적극적인 이유는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재무건전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3.96%로 6월말 대비 0.13%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도 각각 11.53%, 11.00%로 각각 6월 말 대비 0.13%포인트, 0.12%포인트 떨어졌다. 3·4분기 들어 총자본은 당기순이익과 자본확충 등으로 5조3000억원 증가한 반편 위험가중자산은 원화대출금 증가와 환율상승에 따른 원화환산액이 증가하며 51조3000억원 늘었다
2016년부터는 바젤Ⅲ 자본비율 규제도 시작된다. 또 2019년까지 평균 BIS(국제결제은행) 총자기자본비율을 11.5%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금융지주사나 은행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준다.
하지만 은행들은 걱정이 앞선다.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올린다면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 날 수 밖에 없다.
또 금융감독원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내년 1월부터 코코본드 이자 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기존 코코본드는 은행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해도 회계상 배당가능이익이 있기만 하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할 수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손실을 보는 경우 이자를 줄 수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과 미국 금리인상 등 적잖은 리스크들이 있다"면서 "코코본드 외에 마땅히 자금을 융통할 곳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모선영 연구원은 "바젤Ⅱ에서는 순수 하이브리드 채권이 기본자본(Tier1)으로 분류돼 발행만으로도 은행의 자본 비율 개선이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바젤Ⅲ에서는 규정 변경으로 매년 자본으로 인정되던 금액의 10%씩 차감될 예정으로 은행들이 이를 를 대체하기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이경록 연구원은 "내년 금융업권의 리스크관리 강화에 따른 제도변화로 자본확충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