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전 세계 증시를 짓누른 하루였다. 유가 하락과 신흥국 불안 문제는 그리 큰 이슈가 아니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은 오로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의 입으로 향했다.
이번 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견된 이슈지만 실물 및 금융시장의 어느 한 곳에서라도 '누수'가 발생한다면 그 충격이 다른 곳으로 전염될 잠재적인 위험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불안와 글로벌 통화전쟁 이슈까지 드러나는 상황이다.
14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20.80포인트(1.07%) 하락한 1927.82로 거래를 마쳤다. 이대로라면 1900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95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76%, 2.21%대의 급락폭을 보이자 14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동반 추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8% 급락한 1만8883.42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가 1만90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11월5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민감게 반응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08년 12월 이후 시작된 지난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풀린 돈이 미국으로 향할 게 뻔하다. 신흥국 금융 및 실물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6일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기금(FF) 금리를 현재의 연 0∼0.25%에서 0.25∼0.50% 범위대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 김정현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불확실성의 해소보다는 글로벌 저성장,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신흥국 기업의 부채 우려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또 다른 불확실성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화값도 떨어졌다.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이날 원·달러 환율도 관망세에서 벗어나 5.3원 오른(원화값 하락) 1184.8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의 이날 종가는 지난 9월 30일의 1185.3원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가장 높이 오른 것이다.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 환율을 '통화 바스켓'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