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12일 한국을 찾았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2일 저녁 씨네큐브에서 열린 씨네토크 행사에 참석해 한국 관객과 만났다. 이날 행사에는 '공기인형'으로 함께 작업했던 배우 배두나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늘 상영이 매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다른 영화 촬영으로 바쁜 배두나도 함께 와줘서 기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배두나는 "아름다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세 자매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가 15년 전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홀로 남겨진 이복 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동안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를 참고한 적 없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원작을 보면서 윤리를 지키며 인내하는 사치에게서 오즈 영화 속 인내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몇 편을 다시 봤다"고 털어놨다.
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핏줄이 섞이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이라면 막장 드라마에 어울릴 법한 소재지만 영화는 이를 담백한 연출로 풀어내 관객에게 깊은 위안을 남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들 가족의 극적인 이야기는 영화가 시작한 순간 이미 끝나 있다. 극적인 부분이 끝난 시점에서 출발하는 영화"라며 "표면은 고요하게 보여도 폭풍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곧 인생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만들면서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직선적으로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계절처럼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영화가 그리는 시간의 축적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두나는 배우로서 영화 속 네 명의 여배우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그동안 어른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해서 코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며 "셋째인 치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첫째인 사치를 연기한 아야세 하루카에게 깊은 감동을 느꼈다. 어려운 캐릭터 표현을 잘 해내서 놀랐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건은 농후한 시간을 공유하는 일"이라며 "배두나와 함께 한 시간은 평생의 보물로 남아 있다"고 배두나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배우와의 관계를 통해 영화를 만들어가는 건 감독으로서 즐거운 일이다. 그런 즐거움이 작품에도 잘 담기게 된다"며 "배우와 함께한 시간이 잘 배어있는 영화를 관객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한편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