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월 열린 그룹 계열사 CEO 세미나에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SK그룹
SK그룹 조만간 인사단행…최태원 선택은
최태원 회장 석방 후 첫 인사
최재원 부회장 장기 공백 '우려'도 나와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첫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6일 '2016년 인사와 조직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 등 사장단 인사는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다수가 교체된 까닭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SK 인사 원칙에 입각해 승진인원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매 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SK이노베이션 계열, 통합 지주회사가 된 SK㈜ 등에서 승진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경영진 인사는 소폭에 그치겠지만, 임원 인사 규모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승진 인사는 일부 계열사에 치우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 복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 복귀를 준비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회사 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 받은 뒤 같은 해 3월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경영일선에 복귀한 만큼 책임경영을 위해 SK, SK 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과거 맡고 있던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다시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 2~3월에 각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최 회장은 등기이사직으로 복귀를 통해 글로벌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선 수펙스를 중심으로 꾸려갈 방침이다.
2016년 인사 역시 이 같은 최 회장의 경영 의중에 따라 김창근 수펙스 의장은 2016년 인사에서 특별한 변화 없이 1년 남은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그룹의 주요 사업이 된 반도체 사업에 탄력을 가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넘어온 반도체 전문가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ICT)/수펙스추구협회의 ICT위원회 위원장의 업무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처음에는 사업자문 수준이었으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챙기는 등 임 부회장의 활동폭이 그동안 점차 넓어져 왔다.
◆최재원 공백 어떻게 메울지 관건
그룹의 신사업 분야를 이끌었던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도 관건이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을 옵션투자금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을 확정 판결 받고 33개월째 복역 중이다.
SK그룹으로서는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둔 현 시점에서 그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 부회장은 액화천연가스(LNG) 자원이나 친환경 발전소,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사업 발굴 등에 주력해왔다. 중장기적으로 SK의 성장동력원이 될 분야를 맡았다.
최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해 CJ헬로비전 등을 인수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작으로 넥슬렌 공장을 준공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SK가 유독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최 부회장의 공백이 주요인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는 동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주관하는 SK이노베이션은 연료전지의 핵심인 분리막(LiBS) 기술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그의 부재 속에 지난해 11월 독일 콘티넨탈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청정 에너지원으로 부상한 셰일가스 확보 사업도 최 부회장의 몫이었다. 그는 2010년부터 친환경 셰일가스에 주목하고 가스전의 조기 확보를 위해 애를 썼다. 그러던 중 최 부회장이 수감되는 바람에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됐고 SK E&S는 지난해 9월에야 미국 오클라호마에 있는 가스전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룹 관계자는 "최 부회장의 장기공백으로 오너십이 핵심인 신성장 사업의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