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밥그릇만 챙기는 국회의장…'민생경제 발목'에 동참?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오락가락 잣대로 도마에 올랐다. 정 의장이 국회법을 이유로 경제 관련 입법 처리에 대한 직권상정은 거부한 반면,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에 대해선 직권상정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자의적 해석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거부 이유를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반대로 선거구문제는 그만큼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될 수 있어 정 의장이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야당에 이어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까지 '경제법안 발목 잡기'에 나서면서 내수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실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화 의장은 16일 국회 집무실에서 청와대의 경제 관련 법안 직권상정 요구와 관련, "지금 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보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를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한 개정 국회법 85조를 직접 예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회법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또는 여야가 합의할 경우에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제 관련 법안을 직권상정하는 것은 정 의장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선 이와 다른 논리를 펼쳤다. 여야 합의 불발을 전제로 직권상정 방침을 재확인한 것. 정 의장은 "국민 기본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참정권인데 내년 4월 총선이 불과 4개월 남은 시점까지 선거구 획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고 오는 31일이 지나면 (직권상정 요건인) 입법 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조치라는 표현을 했지만, 연말 연시께 내가 (획정안의)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입법 비상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의 이 같은 판단은 민생에 시급한 법안은 외면하고 선거법만 처리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생 경제의 골든타임 실기에 동참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현기환 수석도 전날 "선거법이나 테러방지법안, 노동개혁법안, 경제활성화법안 등은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직권상정하기에 미비한 것은 똑같은데 선거법만 직권상정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우려를 정 의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에도 정 의장의 집무실을 찾아 '직권상정 요구 결의문'을 전달, 직권상정을 요구했지만 정 의장은 밖에서 들릴 정도의 고성으로 제지하며 집무실을 박차고 나섰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선거구 획정 관련, "야당이 제시한 것 중 선거권자 나이를 18세로 한 살 낮추는 문제는 (여당이)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여당이 그렇게 (수용)하면서 야당이 경제 관련 법안과 테러방지법안, 북한인권법까지 6가지 법안을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다 보면 타협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장이 이처럼 쟁점 법안에 대해선 타협을 고수하는 반면 선거구 획정은 시급한 문제로 생각하는 이분법적인 생각에 매몰돼 민생을 우선시해야 할 국회의장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이 쏠리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 여야간 대치로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해 대통령의 긴급 재정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긴급재정명령은 대통령이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재정 처분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려는 취지에서 발동하는 긴급 명령조치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