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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SK하이닉스(AA-)의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에서는 300억원 가량이 미달했고 500억원 규모의 7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100억원의 투자 수요만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도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사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회사채 만기를 2년으로 줄이고, 금리도 연 5% 이상으로 높게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더 힘겨워질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 등 악재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걱정에 웃돈을 준다해도 선 뜻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이 없어서다.
해외 차입도 여의치 않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발행금리 상승이 예고된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금융협회(IIF) 등이 잇따라 신흥국의 '레버리지(차입투자)'를 경고하면서 수요는 더 위축될 전망이다.
빚을 내고 싶어도 더이상 늘리기 어려운 '부채 절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웃돈 주고 돈 빌릴 처지
17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내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일반 회사채 기준) 규모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38조2000억원으로 파악된다.
허지만 제 때 자금을 조달하거나 빚을 갚을지는 의문이다.
기업들도 걱정이 앞선다. 회사채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회사채 가산금리(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웃돈을 주고 돈을 빌려쓸 처지에 놓였다는 얘기다.
가산금리는 올해 상반기 AAA급이 20bp(1bp=0.01%포인트) 내외, AA급이 28bp, A급이 95bp 안팎이었지만 최근 AAA급이 34bp, AA급이 50bp, A급은 120bp까지 높아졌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조선, 건설 등 수주 업종 금리가 크게 올랐다.
또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회사채 투자심리더 악화할 수 있다. 문제 기업들은 차환이 사실상 불가능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기업실적 및 신용등급 관점에서 부정적 흐름이 이어지면서 보수적 투자성향이 계속될 것이고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도 크레딧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크레딧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스프레드는 축소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韓해외채권 293억달러 내년만기…자금조달 비상
해외 차입 여건도 좋은 편은 아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6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은 293억 달러 규모로 올해 285억 달러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에 월평균 상환액은 24억 달러이고 월별로는 9월(48억 달러), 10월(43억 달러), 1월(32억 달러) 순으로 많다.
갚아야할 돈은 줄었지만 발행 금리 상승이 걱정이다.
국제금융센터는 '2016년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에도 글로벌 저성장의 지속에 따른 장기금리의 완만한 상승과 견조한 투자자 수요 등으로 (외화채권의) 발행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전례없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장불안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거나 인상 기조를 중도에 중단할 가능성 등 통화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의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가격 민감도가 높은 장기물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빚 상환에 강한 의구심을 보내는 시각도 있다.
NH투자증권 강현철 글로벌 자산전략부장은 "신흥국 중 외채 비중이 높은 금융업과 정유·가스업, 그리고 금속채광업도 주의해야 한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로 관련업종의 구조조정이나 디폴트 압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훙 트란 IIF 집행상무이사는 "한국 비금융 기업은 보유중인 부채의 수준이 높은데다 12%는 외채여서 금리인상과 원화약세, 경기둔화와 동반되면 기업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