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장희진 "욕심 내려놓고, 색깔 찾았어요."
'마을' 김혜진, 입체적인 캐릭터
터닝포인트는 '세번 결혼한 여자'
예상 외의 관심에 행복해
데뷔 초 '제2의 전지현'으로 불리던 장희진(31)은 이제 없다. 데뷔 13년차 그녀는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연기색깔을 찾았다.
'마을'은 평화로운 마을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장희진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김혜진 역할을 맡았다. 첫회에 백골로 등장한 그녀는 원혼이 돼 한소윤(문근영) 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김혜진이 이렇게 매력적일 줄 몰랐어요.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녀가 놓인 상황이 강렬하더라고요. 또 생각 외로 많은 관심을 받아서 여운이 많이 남아요."
모든 배우가 분량에 대한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장희진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조금 다르다.
"처음에 감독님과 미팅할 때 김혜진이 극 초반에만 나올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비중이 적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어요. MBC '밤을 걷는 선비' 촬영 끝나고 연달아 출연한 터라 지쳐 있었거든요. 결국엔 16회까지 등장했지만 분량이 적다고, 힘들다고 김혜진을 연기하지 않았다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아요.(웃음)"
김혜진은 성폭행 피해자가 낳은 딸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유전병까지 갖고 태어나 자신을 '괴물'이라 여기는 생모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찾아간 마을에서 생부의 아내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참 기구한 운명이죠. 그녀가 처해있는 상황만 보면 극단적이고 '막장'으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결코 없을까요? 뉴스를 보면 더한 일들도 많잖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김혜진이 겪었을 외로움이나 아픔들을 굳이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역할에 몰입됐고 연기하는 데에 힘든 것도 없었어요."
'마을'에서 보여준 연기는 과거 출연작인 영화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장희진은 그때보다 지금 연기력이 더 나아지지 않았느냐며 미소를 지었다."제게 그런(귀신 역할이 어울리는) 면이 있나봐요. 저도 의외로 역할에 몰입이 잘됐고... '아파트'를 찍었을 때에도 화제가 됐었는데 '마을' 이후에도 시청자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아마 제 연기력이 늘어서 화제가 된 건 아닌 것 같고, 캐릭터를 잘 만났죠. 장면의 느낌이나 다양한 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시청자가 예쁘게 봐주시는 것 아닐까요?"
10년 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주연과 조연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연기를 못해서...(웃음) 예전에는 출연 분량에 욕심내고, 연기보다는 화면에 보여지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제게 주어진 역할을 잘 표현해내고 싶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제게 주시는 역할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을'이 시청자가 보는 장희진의 터닝포인트라면 그녀가 생각하는 터닝포인트는 '세번 결혼한 여자'다. 배우 인생에 딜레마가 왔을 때 제의가 들어온 작품이었다.
"'세번 결혼한 여자'는 연기에 대한 갈증과 대중의 인기에 목말랐을 때 만난 작품이에요. 그 작품을 해내고 나니까 여기까지 올라온 거고, 당시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정리하게 됐어요. 아마 언젠가 딜레마에 또 빠지겠죠? 그렇다고 좌절하진 않으려고요. 그때 찾아오는 기회를 잡으면 되니까요. 겪어보니까 그게 순리더라고요."
역할 비중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그녀의 소망은 꾸준히 연기하는 것이다.
"식상한 배우는 되지 말자. 항상 새롭게 발견되는 점이 있는 배우가 되자. 저의 요즘 신조예요. 2015년이 잘 마무리 된 만큼 2016년도 행복한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시청자분들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