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정재계가 속을 태우고 있다.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활동은 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는 데다 국회의장이 유독 경제활성화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내세우며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연내 입법 처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새누리당은 17일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 5대법안 등 쟁점법안의 국회 처리가 계속 늦어지는 것과 관련,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야당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이 9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 올리며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야당에 우리 경제에 울리는 위기경고음에 응답하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권력투쟁으로 인한 무책임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입법기능이 거의 마비돼 있다"며 "그야말로 입법 비상사태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제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 거부 방침을 주장한 정 의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의장께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질식돼 있는 의회주의를 살린다는 소명감을 갖고 반드시 이번 연말 안에 경제법안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결심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어제 정의화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직권상정의 권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직권상정 조항을 한정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되고 기타 국가의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와 같은 포괄 조항이 있어야 한다"며 "현행 직권상정조항은 입법불비 상태인 만큼 국가 비상사태를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안팎의 경제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위기를 극복할 법안 처리를 야당 탓만 하면서 미룰 수 없다.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밖에 없다"며 "오늘도 국회의장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가 요원한 상황에서 정 의장까지 마이웨이를 고집하자 청와대도 속을 끓이고 있다. 청와대는 정 의장이 전날 핵심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한 데에 대해 이날 "정 의장에게 국회 정상화의 책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 제기된 대통령 고유권한인 긴급재정명령 발동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긴급재정명령의 경우 발동 요건과 국회의 사후승인 절차 등을 고려할 때 법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향한 재계의 비판과 우려도 제기됐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올해 정치권에 마지막으로 남은 숙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노동개혁법안의 통과"라며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법안에 무슨 반대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이 같이 말하며 "우리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반드시 올해 안에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고 정치권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