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인 A대기업 부장 박환율 씨(53·가명)는 요즘 속이 바짝 타들어 간다. 자녀 두 명과 아내를 미국 뉴욕으로 보낸 지난해 말 만 해도 1 달러는 1099.30원이었다. 하지만 미국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에 연말 들어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17일 기준 1180.1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원화로 환산한 화폐 가치가 올해 들어서만 7.00% 이상 떨어진 것.
월평균 5000달러를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으니 작년 말보다 무려 40여만원 가량 비용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박씨는 "미국달러화 가치 하루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며 "애들이 커갈수록 교육비와 생활비가 더 들어갈 텐데 송금액을 늘릴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푸념했다.
최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슈퍼 달러 시대가 도래 할 것이란 소식에 이 지역으로 자녀를 보낸 기러기 부모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유학ㆍ연수시장에는 이 같은 환율 요인으로 인해 미국을 찾는 유학생 발걸음이 크게 줄어든 반면 중국·일본·필리핀 등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부인과 딸을 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 이성현 씨(44)도 늘어만 가는 유학비용 부담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1달러가 1020.10원이었다. 신씨는 "매달 말일 께 송금을 해 주는데 갈수록 힘에 부친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 까지만 해도 1020원대 하던 달러가 최근 1200원가까이 올랐기 때문.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80.1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3.9원 올랐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말 1099.30원에 비해 7.53%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이 '슈퍼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보고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으로 돈이 향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2014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에 유입된 자금은 총 2300억 달러 규모다. 2009년 이후 5년 반 동안 이탈한 자금 7500억 달러의 3분1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풀기에 나선 미국은 2011년 약달러 흐름을 주도했다. 이를 기반으로 경제를 살렸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미국 달러 외에 투자 대안이 될 만한 통화를 찾기가 쉽지 않아 달러의 약세 전환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달러 강세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정도의 변화는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 달러화 수준은 2001년 정보기술(IT) 호황 때 보다 25% 낮은 수준이다.
기러기 아빠들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직까지 환율 때문에 유학 목적지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학부모는 아직까지 많지 않지만 생활비와 유학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관련 문의는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유학원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겨울 방학 때면 3~4개월 코스로 미국 등 북미권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환율 부담 때문에 기간을 줄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최현숙 씨(44·마포구)는"당장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국내 금리가 올라 당장 내년에는 은행 대출이 걱정이긴 하다"면서 "하나 있는 딸을 중국으로 유학을 보낼까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