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내놓은 '연금 자산의 효율적 관리 방안'은 수익률 확대에 정책 초점 이 맞춰져 있다. 300조원에 육박하는 개인연금이 지나치게 예·적금 위주의 보수적 기조로 운영되다 보니 저금리 환경에서 충분한 수익 달성이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높은 수익률과 높은 위험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수익형 상품 비중 커진다
'저속 안전 운행' 위주의 개인연금 운용 관행에 정부는 원리금 보장형 연금저축신탁의 신규 판매 금지라는 '강수'를 택했다.
신탁업자는 원칙적으로 수탁 재산에 대한 이익 보장이 불가능한데 연금신탁만 그간 예외를 두고 있던 것이어서 신탁 본연의 취지에 맞게 제도를 바로잡는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보수적인(안정적 투자 성향)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할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적 면에서 봐도 과거 10년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3.9%, 4.3%, 8.9%로 위험 자산 비중이 높은 연금저축펀드의 성적이 대체로 좋았다. 하지만 작년에는 이 세 상품의 수익률이 각각 3%, 4%, -4.3%에 그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논란이 예상되지만 사적연금의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원리금 보장형 연금저축신탁 가입이 금지되면 전체적으로 연금저축 자산에 주식, 펀드 등 수익형 상품의 편입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세액공제가 되는 세제 적격 개인연금 적립금 109조원 가운데 90%가량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퇴직금을 빼서 개인연금에 투자할 때 붙던 '세금폭탄'도 없앴다.
◆연금, '더 쉬고, 더 다양하게' 가입
정부는 각 금융사가 개인의 자산 규모, 투자 성향, 연령 등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경우를 유형화한 '대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도록 했다.소비자들이 지금보다 한층 더 쉽게 다양한 연금 상품에 들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자동 투자 옵션'(디폴트 옵션) 제도도 도입, 가입자가 특별히 운용 방법을 지정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게 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개인연금활성화법을 제정, 개인연금계좌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의 조처로 풀이된다.
개인연금계좌는 은행, 증권, 보험사 한 금융회사 안의 모든 연금 상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계좌다. 실제 도입되면 연금 상품 간 전환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내년부터는 은행은 물론 보험사, 증권사에서 모두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를 통해 연금 계좌를 다른 기관의 것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9월 말을 기준으로 적립금이 289조원에 달하는 개인연금 시장에서 업권·상품 사이에 대규모 '머니 무브'를 촉진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적립금이 111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자산의 적극적 투자 또한 유도할 방침이다.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실적 배당형 비율은 19.9%에 달했지만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실적 배당형 비율은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근로자 개인이 아닌 사업장이 운용을 결정하는 DB형 퇴직연금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자산 운용이 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나가기로 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적금, 채권 등의 보수적인 자산 운용만으로는 충분한 노후 소득 확보가 곤란하다"며 "연금 자산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국민의 노후 안전판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6월 말 현재 적립금이 492조원으로 커져 일본, 노르웨이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이 앞으로 2020년까지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45%로 축소하고 해외·대체 투자 비중을 35%로 확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또 투자 성과가 양호한 벤처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혁신·전략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