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신격호 총괄회장. 이달 18일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는 서울 가정법원에 신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심판을 청구했다. 신 총괄회장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면 재산 관리, 계약 등의 권리가 법원이 지정한 성년후견인에게 넘어가게 된다. 사실상 일상생활 용품을 구매하는 범위 외의 모든 법률상 행위는 제한을 받게 된다.
신격호 피성년후견인 지정 시, 신동주 분쟁 명분 잃어
신동빈의 이사회 소집 등도 적법한 절차로 인정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의 롯데를 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결국 신격호(94·사진) 총괄회장이 법정에 서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8)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심판은 법원이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사람을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하는 절차다. 민법에서는 제9조에 따라 가정법원이 피성년후견인을 선고한다.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면 재산 관리·계약 등의 권리가 법원이 지정한 성년후견인에게 넘어가게 된다. 사실상 일상생활 용품을 구매하는 범위 외의 모든 법률상 행위는 제한을 받게 된다.
만일 신 총괄회장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다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된다. 지금까지 '창립자가 직접 선택한 후계자'라는 명분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대립해왔지만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의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에게는 경영권 분쟁을 종식 시키고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현재 일본에서 진행 중인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이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정관은 긴급 이사회 소집을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동의 없이 긴급 이사회를 소집,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회장 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임 무효소송을 진행하는 이유기도 하다. 동의를 받아야하는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고 본인의 법률 행위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피성년후견인 상태라면 위의 긴급 이사회 소집도 적법한 절차가 된다. 때문에 신동빈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신 총괄회장 해임 결정은 법적분쟁의 소지가 사라진다.
이같은 이유로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일 SDJ코퍼레이션이 신 총괄회장과 프로바둑 기사 조치훈 9단과의 대국자리를 만들고 언론에 알린 것도 신 총괄회장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는 것을 우려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국을 할만큼 충분히 정상적인 판단력을 지녔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
롯데그룹측은 신정숙씨가 그룹과의 상의 없이 단순히 오빠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일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SDJ코퍼레이션측은 평소 신 총괄회장과 왕래가 없는 신정숙씨가 지정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한 법학과 교수는 "신 총괄회장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면 사실상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명분을 잃게 된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다"며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종식의 가장 핵심적인 일을 고모 신정숙씨가 해줌으로 비판여론을 피함과 동시에 분쟁을 종식시킬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피성년후견인 지정 심사를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