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석유화학업계의 장기 불황속에서도 선방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이 높이 평가 받았다.
정철길 부회장이 이끈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올해 기본으로 돌아가 경영 인프라의 재정비를 완료하고 장기적인 생존 조건을 확보해 건강한 구조를 갖게 됐단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실행한 뼈를 깎는 노력이 성과를 나타냈음을 뜻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위기에 빠진 SK이노베이션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모두에게 신임받은 인물로 손꼽히기도 한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주력인 정유사업에서의 정제마진 악화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대규모 재고손실 등을 떠안으며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1조67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전하고 있다. 올해 2011년(영업이익 2조9595억 원)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순부채는 7조9000억 원이었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4조3000억 원으로 줄었다. 정 부회장은 전년 대비 순부채 규모를 반으로 줄인 것을 몸에 빗대어 "올해 우리는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키워냈다"고 설명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비핵심 자산을 잇달아 처분했다. SK에너지의 포항물류센터(40억원), 페루 천연가스 수송법인 TgP 지분(2904억원), 일본 다이요오일 지분(92억원) 등이다. SK에너지 인천물류센터 용지 일부와 SK인천석유화학 공장 내 유휴용지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정 부회장은 "실적 개선의 첫 단계는 성공했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SK C&C 대표이사를 거쳐 SK이노베이션 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6년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SK C&C 대표이사 재임 중 위기관리와 사업 구조혁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높여 주목을 받았다. SK C&C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정 사장 취임 이후 약 1.5배 상승했다. 그는 SK C&C 사장을 역임하긴 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등에서 잔뼈가 굵다.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로 입사했고, 정유와 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소버린 사태가 닥친 2003~2004년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며 위기관리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조직 개편에서 E&P(석유개발)와 B&I(배터리·정보전자소재) 부문에 '사업대표제'를 도입해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과 창출과 독자적인 성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SK에너지는 해외 정유사들과의 글로벌 파트너링 추진 및 글로벌 단위의 신규 사업발굴 등을 위해 '글로벌사업개발실'을 신설했다. 울산CLX 부문장의 직책은 울산CLX '총괄'로 격상했다.
올해 최 회장으로부터 재신임을 얻은 정 부회장은 내년 더욱 경영 혁신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에 외형 확대에 연연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면서 "내년에도 비용을 저감하는 등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구조적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